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초국가적 도전 과제가 심화되면서,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확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하며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은 지역 경제와 사회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0월 10일 라오스에서 개최된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양측은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기념하며 CSP를 수립하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CSP는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맺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파트너십으로, 한국은 호주,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 아세안과 CSP를 맺는 6번째 국가가 되었다. 이는 아세안이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역학 관계의 균형을 맞추고, 현재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대양주팀장인 최인아 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아세안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호주와의 CSP 체결을 가장 먼저 진행했으며, 한국의 제안을 수용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아세안 현지 전문가들 역시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공급망 및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이끌어갈 중요한 파트너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CSP 수립은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한-아세안 관계를 실질적으로 도약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세안은 CSP 체결 상대국에게 기존보다 더욱 ‘의미 있고 실질적이며 상호호혜적인’ 협력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CSP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120대 협력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협력 과제들은 ‘한-아세안 연대구상’의 기존 사업들과 아세안의 요청을 반영한 신규 사업들로 구성되며, 특히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 미래지향적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아세안이 직면한 디지털 경제 성장 가속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도전 과제를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으로 지원하고,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인적 교류 확대 또한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미중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아세안과의 안보 협력 강화는 지역 내 안정을 유지하고 다양한 비전통·신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향후 과제는 이번 CSP 수립을 계기로 한-아세안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2025년은 아세안이 ‘공동체 청사진 2025’의 이행 결과를 점검하고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를 채택하는 중요한 해이며, 동시에 한국과 아세안이 CSP 추진을 위한 새로운 행동계획(Plan of Action 2026-2030)을 마련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아세안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튼튼한 기틀을 다지고, 양측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성공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