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도전 중 하나이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정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정책 대상자의 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불편 사항을 면밀히 반영한 ‘국민 체감형’ 정책 설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통계적 수치에 기반한 정책이 아닌, 실제 생활 현장에서 어르신들이 겪는 불편함과 개선점을 직접 듣고 정책에 녹여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건축공간연구원 고영호 연구위원 겸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의 지적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고 위원은 날씨 좋은 날 공원에 모인 어르신들이 낡고 고장 난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멀쩡한 벤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현실을 지적한다. 어르신들은 등받이가 있고 쿠션이 있는 낡은 의자를 선호하지만, 지자체에서 조성한 현대적인 디자인의 벤치는 등받이가 없고 딱딱하여 장시간 앉아 있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는 공원 시설물 설계 시 사용자, 특히 고령층의 신체적 특성과 이용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화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어르신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 대상자의 구체적인 삶을 직접 살피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반증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르신들의 일상적 삶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 및 통계 자료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가 존재한다. 노인실태조사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건강, 기능 상태, 돌봄 실태 및 주거 환경을 조사하며, 주거실태조사는 전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 부담 및 만족도를 조사한다. 이 조사들은 “집에 방은 몇 개입니까?” 와 같은 사실 확인에 집중하여 어르신들의 평균적인 삶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고 위원은 이러한 사실 확인식 조사만으로는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불편함과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집 현관은 이용하시는데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공원과 공원 시설물 이용에는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와 같이, 반복적인 생활 환경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묻는 ‘경험 체크식’ 조사가 병행될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정책연구센터가 2021년 발간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 보고서는 이러한 경험 체크식 조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보고서는 기존 실태조사에서 다루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실제 경험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집 안에서는 욕조 높이가 높아 들어가기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의견과 함께, 적정 높이와 너비의 욕조, 편안한 변기, 미끄럼 방지 바닥재 및 안전손잡이 설치 지원의 시급성을 제기한다. 외부 활동 시에는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으로 인한 낙상 경험과 짧은 보행 신호로 서둘러 길을 건너다 발생하는 사고를 지적하며,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의 보행 신호 조정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경험들은 어르신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책 대상자인 어르신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일상적 경험이 정책 수립 과정에 얼마나 깊이 반영되는지가 국민 체감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성공적으로 수립되기 위해서는, 통계적 데이터와 더불어 현장에서 어르신들이 겪는 불편함과 희망 사항을 세심하게 경청하고 이를 정책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정책이 실질적인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자의 ‘체감’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