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문화 산업 환경 속에서 전통 예술의 현대적 계승과 글로벌 교류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이하 ‘세계 음악극 축제’)는 한국 전통 음악극인 창극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음악극을 조망하며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열고 있다. 특히 올해로 첫 회를 맞이한 이 축제는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국립창극단을 주축으로 해외 초청작과 국내 작품, 그리고 국립극장 제작 공연까지 총 9개 작품, 23회의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며 한 달간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축제는 단순히 개별 공연의 나열을 넘어,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이 지닌 현재적 가치와 동아시아 지역 음악극의 흐름을 탐색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창극은 1900년대 초 판소리를 바탕으로 형성되어 여러 배우가 배역을 나누어 연기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으로, 판소리의 창, 아니리, 발림 등 주요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다인극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번 축제는 이러한 창극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개막작으로 공연된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은 요나 김 연출가가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기존의 효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심청을 그려내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또한, 홍콩의 월극을 기반으로 한 <죽림애전기>는 가면극의 전통에 현대적인 음향, 조명, 영상 기술을 접목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작품은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내며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탐구했다.

이번 축제는 특히 해외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문화 교류의 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죽림애전기> 공연을 보기 위해 홍콩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은 한국의 문화관광을 체험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대학원 과제로 <죽림애전기>를 관람하며 작품의 가정적, 국가적 측면과 문화적 원형 및 현대 기술의 결합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세계화된 시각과 문화 수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선진국의 장점을 흡수하여 문화적 접근성을 높이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다양한 문화 명소와 더불어 접근성이 뛰어난 문화 시설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며, 향후 한중 문화 교류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초청작인 <정수정전> 역시 조선 말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여성 정수정의 서사를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풀어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작자 미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유교 사상 속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을 극복하고 홀로서기하는 정수정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배우가 작창과 창작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 방식으로 제작되어, “모든 것의 중심에 너를 두거라”라는 대사처럼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했다. 이번 축제는 이처럼 동아시아 3개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국립극장 측은 올해 ‘동아시아 포커싱’을 시작으로 향후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여 세계 음악극 축제를 글로벌 축제로 확장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해외 작품 초청을 확대하고, 국공립 및 민간 단체와의 협업을 강화하여 전 세계의 다채로운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축제 기간 동안 관객들에게는 ‘부루마블’ 게임 이벤트를 통해 관람한 공연에 도장을 찍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축제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는 한국 창극의 위상을 높이고 동아시아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으며, 앞으로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글로벌 음악극 축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