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마련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향후 본격화될 초고령사회 대응 국가 기본계획인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 수립을 앞두고, 정책 대상자의 실제 경험과 생활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통계 수치에 기반한 정책이 아닌,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국민 체감적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령층의 생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국가 승인 통계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가 있다. ‘노인실태조사’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건강, 기능 상태, 돌봄 실태, 거주 주택의 편리성 등을 3년마다 조사하며, ‘주거실태조사’는 매년 전국의 일반 가구 및 특수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 부담, 주택 및 주거 환경 만족도 등을 파악한다. 이러한 조사들은 “집에 방은 몇 개입니까?”와 같이 사실 확인에 집중하며 어르신들의 평균적인 삶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 확인 중심의 조사만으로는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겪는 구체적인 불편함과 요구를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설치된 평상형 벤치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다. 낡고 허름할지라도 등받이가 있고 좌판에 쿠션이 있어 차갑지 않은 의자를 선호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물리적인 편의 시설 설치만큼이나 사용자의 경험과 감성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정책연구센터가 2021년 발간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 보고서는 이러한 경험 체크식 조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보고서는 기존 조사에서 간과되었던 화장실의 높은 욕조 높이, 안전 손잡이 부재, 보행로의 고르지 못한 보도블럭, 짧은 보행 신호 등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위험과 불편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시행 중인 다양한 고령층 지원 정책 및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집 현관은 이용하시는데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공원과 공원 시설물 이용에는 무엇이 불편하십니까?’와 같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생활 환경에 대한 인식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태조사와 같은 사실 확인식 조사와 경험 체크식 조사가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 동네와 지역에서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에 대한 국민 체감의 지원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를 넘어, 사회 전반의 인프라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이번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하루 삶이 비추어 내는 실태와 경험이 충분히 반영되어,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