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들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이나 특정 업종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이는 고도로 연결된 현대 산업 사회에서 사회 전체의 안전망과 윤리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집계한 전 세계 연간 약 270만 명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안전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산업안전 수준의 체계적인 향상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곧 기업의 ESG 경영 강화와 직결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최근 정부의 산업재해 대응 방식 변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과거 ‘예방’ 중심에서 ‘예측’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책적 움직임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려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조안전고도화기술개발사업’과 같이 2025년부터 추진되는 사업들은 업종별 사고 사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도록 학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고 발생을 줄이는 것을 넘어, 사고 발생 이전 단계에서부터 위험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예측’ 단계로 진입함으로써 산업안전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 등 단일 사고의 파급력이 크고 반복적인 사고 유형이 뚜렷한 업종을 초기 적용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6월 발생한 화성시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와 같이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초래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기술의 발전은 산업안전이라는 영역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수년간 축적된 사고 데이터, 예를 들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3만 8584건에 달하는 끼임 사고와 같은 구체적인 통계는 AI 학습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AI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은 이미 이론 단계를 넘어 실증 단계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이 사고의 예측과 판단 공백을 메우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또한, 정부가 ‘제조안전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 간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 공유 및 현장 실증을 지원하는 방식은 기술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 제조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기여한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 AI 기반 안전 시스템이 해외 수출로 이어진 사례는 이러한 협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술 적용은 결코 기술 자체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공정의 복잡성 증가, 작업자의 다양화, 작업 환경 변화 속도 가속화 등은 숙련이나 경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안전 관리의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와 같은 기술은 예측과 판단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기술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자동화 기기나 정교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고 적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보호하려는 조직의 의지와 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구현될 수 있다. 결국, AI 기반 안전 시스템 설계 시 작업자의 스트레스, 행동 이상, 피로도 감지 등 인간 중심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며,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신규 인력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고려한 포용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의 핵심 요소로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술, 정책, 사람의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맞물릴 때, 산업 현장의 안전 문화는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 역량과 윤리적 성숙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