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국제 사회는 예측 불가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유엔(UN)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강화와 국제 질서의 안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국제 질서는 각국이 직면한 지구적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이익을 증진시키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거시적 맥락에서, 취임 3개월 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하고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 토의를 주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시의적절한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방문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AI와 국제평화·안보에 관한 토의를 주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세 차례 안보리 이사국으로 진출하며 총 6회의 의장국 기회를 가졌지만, 상임이사국만이 주로 맡았던 9월 안보리 의장국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비상임이사국으로서 2년 임기 중 두 차례 정도 순서가 돌아오는 의장국을 9월에 맡게 된 것은 확률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논의를 한국이 주도한다는 점은, 이러한 첨단 기술이 미래 안보 환경을 재편할 핵심 요소임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국제 사회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과거 안보리가 기후변화, 사이버테러 등 직접적인 군사 안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주제들을 다루기 시작한 흐름 속에서, AI는 현재 국제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이자 미래 세계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토의 주제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을 통해 세 가지 주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기조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외교 방향과 목표를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다. 유엔 총회의 15분 기조연설은 각국 정상들이 자국의 외교 기조와 국가 정책을 압축적으로 발표하는 자리로,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3일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경험한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경험과 지혜를 글로벌 어젠다와 연결하며, 한국이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주체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 한국 대통령들의 유엔 연설이 한국의 관심사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 상승에 발맞춰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이는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한국의 관심사와 세계의 관심사가 더욱 일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은 유엔 회원국 중 상당수가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하며, 임기 종료 후 다시 기회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AI와 국제평화·안보에 관한 토의를 주재하는 것은 한국이 국제 사회의 안보 논의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셋째, 이번 총회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지속되고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개최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 간 단합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유엔 사무총장 면담, 양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다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엔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는 한국의 국익과 직결된다. 인류 전체의 공존과 발전에 대한 기여가 곧 한국의 국익으로 이어지는 오늘날,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방문은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미래 국제 질서 구축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