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총 480만t 규모의 러시아산 경유 공급에 합의하면서 미국 내 정유사와 운송업계의 수급 환경에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가 미국 및 세계 시장에 즉시 30만t 이상, 11월 중 50만t, 이후 100만t과 300만t을 단계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인도·하역·미국 수입을 포함한 거래를 내년 4월 7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까지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지돼 온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부분적으로 되돌리는 조치로, 미국 내 경유 가격이 이란전 시작 전보다 70% 급등한 상황에서 나왔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이 글로벌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미 에너지정책연구재단 마이클 린치 석좌연구원은 "러시아산 경유를 공급받으면 기존 고객들이 다른 곳에서 물량을 조달해야 해 가격은 사실상 현재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뉴욕·뉴저지나 필라델피아 같은 지역의 소폭 가격 하락"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대니얼 스터노프 선임연구원도 "정제 석유제품 공급량이 전쟁 전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며 "가격 상승 압력을 다소 완화할 뿐 크게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클레이턴 시글 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가 겨울용 고밀도 경유로 전환하기 전 여름용 재고를 처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출 물량은 아니지만, 모스크바가 수입 감소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조치가 실제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어, 정유사와 운송업계는 공급망 다각화와 비용 관리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