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AI 학습 데이터 확보의 최대 걸림돌인 저작권 문제 해결에 나선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개선을 넘어, 국내 AI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국가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AI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를 더 이상 회색지대에 방치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핵심은 국가대표 AI 기업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개발 과정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검토다. 이는 AI 기업이 감수해야 할 가장 큰 법적 위험을 국가가 직접 나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가로막던 족쇄가 풀리는 셈으로, 기술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진다.
온라인 게시물 등 거래 시장이 없는 저작물에 ‘선사용 후보상’ 원칙을 적용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다. 저작권자의 거부권 행사(옵트아웃)를 보장하면서도, 거부 의사가 없는 저작물은 AI 학습에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이는 저작권자와 AI 기업 간의 소모적인 분쟁을 줄이고, 데이터 활용과 보상이라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기업은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공공저작물을 AI 학습용으로 개방하는 정책 역시 국내 AI 생태계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민간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품질 데이터를 국가가 공급함으로써,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도 공정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는 AI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다양한 모델의 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낳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AI를 국가의 명운이 걸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규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AI 기업은 법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으며, 콘텐츠 업계는 자신의 저작물이 활용되는 새로운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 정책의 성공은 향후 마련될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체계의 설계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