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 심화와 지방 소멸 위기라는 복합적인 사회적 과제에 직면하며,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 하향식(top down) 정책 추진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과 실질적인 자치분권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 지역 균형 발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역대 정부 또한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공간적 분산 정책, 광역경제권 육성, 지역 생활권 개선, 지역 자립 기반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도 수도권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대비 50%를 넘어서고, 일자리와 인구까지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현실 진단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정부는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연계·통합하는 ‘지방주도 균형발전’, ‘책임 있는 지방분권’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023년 7월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제정하였고,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하여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재정적 지원을 위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개편도 단행했다. 이러한 법·제도적 토대 위에서 중앙부처, 17개 광역시·도, 4+3 초광역권은 자율, 공정, 연대, 희망의 가치를 기반으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2023년 11월 공동으로 수립하고 추진에 나섰다. 이 계획은 국내 최초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 및 사업을 연계·통합한 것으로, 지방분권, 교육개혁, 혁신성장, 특화발전, 생활복지 등 5대 전략을 중심으로 한다.
‘지방시대’의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마련된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기회발전특구와 교육발전특구도 2024년부터 본격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회발전특구는 2024년 1차, 2차 지정을 통해 14개 광역시·도에 총 74조 3000억 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기록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교육발전특구는 2024년 1차 31곳, 2차 25곳 등 전국 56곳이 지정되어,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지역 교육 혁신, 지역 인재 양성, 그리고 지역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도 도심융합특구, 로컬리즘 기반 문화 특구, 첨단 전략 산업 거점 육성 등 지방에서 선호도가 높은 다양한 사업들이 중앙과 지방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되고 있어, 지역 발전의 잠재력을 높이고 있다.
향후 ‘지방시대’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지방시대’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지역 주도의 분권형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교류와 소통을 통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와 같은 대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구 감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체감형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광역시·도에 구성된 지방시대위원회를 활성화하여,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 관련 정책과 사업들이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중앙 정부로 역제안(bottom up)되는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역이 진정한 자율성을 갖고 ‘지방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과감한 권한 이양과 규제 특례 추진이 요구된다. 이러한 네 가지 방안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등 유관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과 지속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고 보완하며 다양한 정책과 실현 방안을 꾸준히 모색한다면, 대한민국의 ‘지방시대’ 구현을 앞당기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