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공직 사회의 인재 개발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2025 국제 공공 인사관리 학술대회’가 31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과천 분원에서 개최되어 주목받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각국 공공 인재 개발 전문가 및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하여 ‘인공지능 전환 시대 공직 인재개발 혁신’을 주제로, 급변하는 행정 환경 속 공직사회의 새로운 인재상과 학습 체계 전환 방향을 모색한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을 넘어, AI 시대에 걸맞은 공공 부문의 데이터 활용 및 조직 문화 혁신이라는 더 큰 트렌드를 조망하는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인공지능을 학습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 공직 인재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해외 기관 관계자들이 발표자로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싱가포르 공무원연수원의 패트릭 라우 부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이 여는 미래, 공직자의 새로운 역량’을 주제로, AI가 공직사회의 일과 역할을 재편하는 전환의 흐름 속에서 공무원의 역량 재정의와 조직 문화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대학연구소의 나탈리아 메넨데스 곤살레스 연구위원은 기술 발전 속에서 공공의 책임성과 윤리 유지를,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은 AI의 안전하고 윤리적 활용을 위한 공직자의 디지털 책임 필요성을 제기한다. 캐나다 공무원연수원의 나탈리 라비아데스 조두앵 부원장은 미래를 대비하는 캐나다 공공부문의 AI 활용 역량과 혁신을, 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AI 시대에 맞는 데이터 기반 학습과 창의적 문제 해결형 인재 육성 방안을 제언한다. 벨기에 연방공공서비스부의 장-마르크 에버라드 팀장과 코딧(CODIT)의 연주환 부사장은 각각 학습 혁신을 위한 AI 적용 사례와 법·규제 자료 자동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고도화 방안을 공유하며, 국가인재원 윤우제 교수는 사람과 AI 협업의 효과 및 생성형 AI 의존 위험성에 대해 발표한다. 이처럼 다양한 발표 내용은 AI 시대 공공 부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는 AI의 핵심인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 기술의 발전은 결국 ‘데이터’의 양과 질에 달려있다.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잠재된 패턴을 찾아내고 지능을 향상시킨다. 충분히 많은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AI는 과적합의 함정에 빠져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부의 데이터가 D 드라이브에 파편화되어 저장되고, 때로는 포맷과 함께 사라지는 현실은 AI의 학습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는 곧 ‘맥락’과 ‘암묵지’, ‘과정’이 함께 사라짐을 의미하며, 미래 공직사회가 활용할 AI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위키 엔진 기반 게시판을 공개로 운영하며 모든 논의 과정과 자료를 축적하는 방식은 ‘맥락’을 공유하는 문화를 조성한다. 이러한 환경은 AI가 파편화된 문장 대신 모든 맥락과 검토 자료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여 AI의 지능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또한, 높은 사람에게 올라가는 보고서가 1페이지로 압축되고, 자간·장평까지 신경 쓰는 우리나라의 보고 문화는 ‘6 페이저(6 Pager)’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서술형 보고서와 대조된다. 아마존의 ‘6 페이저’는 회의 참가자 전원이 회의 시작 30분간 메모를 읽는 데 할애하며, 완전 문장 서술체로 작성된다. 이는 불릿 포인트(글머리 기호) 뒤에 숨길 수 있는 엉성한 사고를 방지하고, 더 나은 사고와 중요한 것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강제한다. 파워포인트(PPT)의 불릿 포인트 역시 엉성한 사고를 숨기기 쉽다는 점에서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내부 회의에서 PPT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프 베이조스는 “파워포인트의 불릿 포인트 뒤에는 많은 엉성한 사고를 숨길 수 있다”며, “서술 구조를 가진 완전한 문장을 써야 할 때는 엉성한 사고를 숨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요한 보고일수록 서술체로 작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 공직 인재 개발의 핵심은 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와 공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맥락’의 공유에 있다. 클라우드 기반 협업 시스템과 공개된 게시판 운영은 이러한 맥락 공유를 가능하게 하며, AI의 학습 효율을 극대화한다. 1페이지 요약식 보고서는 전체 효율성을 저해하는 ‘싼 잉크젯’과 같으며, 오히려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주요한 결정이 필요한 보고서는 반드시 서술체로 작성되어야 하며, 이는 AI 학습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판단력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이번 국제 공공 인사관리 학술대회는 이러한 AI 시대 공직 혁신 방안을 모색하며, 데이터 기반의 조직 문화와 서술형 보고 문화를 통해 한국 공직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T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