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예방을 넘어 예측 기반의 안전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고도화되는 위험 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궁극적으로는 ‘안전한 사회’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13만 6천 명의 산업재해자와 2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광업, 건설업, 제조업 등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 문화, 기술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시사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70만 명이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사망하는 현실은 안전 문제의 시급성을 더욱 강조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의 열악한 안전 관리 체계는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일부 선진국에서는 AI 기반 예측 시스템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산업안전 수준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정부는 ‘제조안전고도화기술개발사업’을 2025년부터 추진하며 산업재해 대응 방식을 ‘예방’에서 ‘예측’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사업은 업종별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적용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식별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 적용 업종으로는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 등이 선정되었는데, 이는 단일 사고의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사고 유형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AI가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도록 학습하는 시스템은 이제 이론 단계를 넘어 실증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는 사고 유형별로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끼임 사고가 총 3만 8584건에 달한다는 점은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예측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제조안전 얼라이언스’와 같은 협업 구조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술을 실증하는 체계를 마련하며 기술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실증된 AI 기반 안전 시스템이 해외 수출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재해 대응을 위한 기술적 접근은 결코 기술 자체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공정의 복잡성 증가, 작업자의 다양화, 작업 환경 변화 속도의 가속화 등 산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안전은 숙련이나 경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은 예측과 판단의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지만, 이러한 기술이 현장에 맞게 설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업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산업안전은 단순히 자동화 기기나 정교한 시스템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고 적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보호하려는 조직의 의지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가능하다.
결국 모든 기술적 진보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산업안전 기술은 설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 AI 기술은 작업자의 스트레스, 행동 이상, 피로도 등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신규 인력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고려한 포용적 기술 또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현장 구성원의 인식과 조직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술, 정책, 사람의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변화는 현실이 될 것이다. 산업안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낯선 현장의 리스크에도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이 시대의 안전 문화를 이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산업재해는 사회의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윤리적 성숙도를 비추는 거울이며, 안전은 비용이 아닌 책임이자,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