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으며, 이는 특히 로봇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의 비약적인 발전은 ‘피지컬 AI’ 구현을 현실화하며,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로봇의 산업 현장 적용을 가능하게 하며, 이에 따라 로봇 구동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흐름 속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로봇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양축인 삼원계 NCM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지만 안정성 문제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높은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으나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면서도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여 누액이나 발화 위험을 현저히 줄여 안정성을 확보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 구조적 특성상 배터리 탑재 공간이 협소하고, 센서, 모터 등 복잡한 제어 장치가 밀집해 있어 크기가 작으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 설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교한 움직임과 고해상도 시각 처리 등 높은 에너지 소모량과 더불어 로봇을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한 경량화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요구 사항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동일한 탑재량으로 사용 시간을 50% 이상 늘릴 수 있으며, 고체 전해질 특성상 안전장치 간소화를 통해 배터리 시스템의 총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국내외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께 상용화가 예상되었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급성장과 맞물려 2027~2028년께 조기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배터리 업계와 증권가에서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변곡점으로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레지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올해 38억4000만달러에서 2032년 286억달러로 약 7.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현대차그룹과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합한 고출력 셀 개발과 샘플 공급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SK온은 최근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며 조기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CATL과 일본의 도요타, 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들 역시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단순한 에너지 저장 장치를 넘어, AI 시대 로봇 산업의 혁신을 견인할 핵심 기술로서 그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으며,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