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고령층 돌봄 문제는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돌봄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이러한 틈새를 메워줄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 로봇이 노인들의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하며 정서적 안정까지 도모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는 선진 복지 모델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의 ‘AI 사랑방’은 AI 기반 노인 돌봄의 실질적인 현장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로 떠올랐다.
지난 9월 초, 경기도와 포천시가 협력하여 2024년 12월 문을 연 ‘경기도 1호점 AI 시니어 돌봄타운’ 내 ‘AI 사랑방’을 찾았다. 관인면은 전체 인구의 47%를 차지하는 1192명의 노인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AI 돌봄 서비스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테이블 크기 스크린이 장착된 ‘스마트 터치 테이블’ 두 대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이 테이블들은 인지 능력 향상과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며, 특히 학습용 ‘씽큐테이블’은 문제 풀이 패턴을 분석해 좌뇌와 우뇌 균형, 시·지각적 인지력 등을 진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놀이용 테이블에는 인지 훈련, 자극, 학습 게임 등 5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씽큐테이블’을 사용하던 윤경희(81) 씨는 “색깔 맞추기, 그림 맞추기 같은 활동을 하다 보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I 사랑방의 또 다른 인기 시설은 낙상 사고 예방 훈련용 ‘아하 리듬 매트’이다. 40개의 사각형 블록으로 구성된 이 매트는 불빛을 따라 춤을 추듯 움직이며 균형 감각과 하체 근력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한 어르신이 매트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최규분(82) 씨는 “AI가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행복을 주는 놀이”라고 답하며 AI 기술에 대한 친근함을 드러냈다. AI 사랑방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경자(71) 씨는 “어르신들이 매일 즐거워하시고, 운동 후에는 다리에 힘이 생겨 낙상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신다”며 현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전했다. 더불어 동작 인식 시스템과 카메라 감지 기술이 적용된 가상현실(VR) 운동학습 시스템은 이용자의 모습이 큰 화면에 등장해 닭싸움, 꽃 심기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유도하며 체력 증진뿐 아니라 뇌 건강 및 인지 건강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AI 기반 인지 자극의 효과를 인정하며, “개인별 지적 능력에 맞는 난이도 조절이 AI 돌봄 서비스의 흥미와 효과를 높이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AI 사랑방 운영을 담당하는 용명숙 관인노인복지센터장은 “노인 돌봄은 이제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비대면 정서 지원, 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으며, AI는 어르신의 건강과 감정을 파악해 더욱 촘촘한 케어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가 활동을 통한 정서적 고립 해소에 AI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임을 덧붙였다.
경기도는 AI 기술을 노인 돌봄 정책에 도입함으로써 재정과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령층이 익숙한 환경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실현하고자 한다. 실제로 경기도는 올해 화성시 화산동과 양평군 양서면에 두 곳의 AI 돌봄 시범 지역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으며, 공간 조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늘어나는 돌봄 수요와 다양화되는 요구에 AI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앞으로 AI 기반 복지 서비스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