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산업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ESG 경영 확산 기조와 맞물려, 에너지 분야에서도 환경적, 사회적, 지배구조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개최한 제222회 회의는 국내 원자력 안전 규제의 선진화와 기존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원안위 회의의 핵심 안건은 원자력 시설 부지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규정 정비였다. 특히, 기존에 미국 규정을 단순 준용한 채 최신 과학 기술과 국민 이해도를 반영하지 못했던 원자로 시설 위치 관련 고시를 폐지하고, ‘원자로시설 부지의 지질 및 지진에 관한 조사·분석·평가에 관한 기준’, ‘원자로시설 부지의 위치 제한에 관한 기준’, ‘원자로시설 부지의 인위적 사고에 의한 영향 조사·평가에 관한 기준’ 등 세 가지 새로운 고시를 제정했다. 이는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신규 원자력 기술에도 적용 가능한 상세한 부지 안전성 평가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국내 원자력 산업의 기술적 진보와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 확장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한,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고시의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규제 체계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높였다. 이러한 규제 현대화는 원자력 기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이번 회의에서는 고리 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심의와 계속운전 허가 심의가 착수되었다. 이는 40년의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 2호기(가압경수로, 685MWe)의 운영을 10년 더 연장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중대사고를 포함한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종합적으로 기술한 문서로, 승인 절차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 및 사전 검토를 거쳐 진행된다. 비록 자료 보완을 통해 추후 재상정될 예정이지만, 이는 노후 원전의 안전한 수명 연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기저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유지하고,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 모색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원안위의 이번 조치들은 원자력 안전 규제의 글로벌 스탠다드 부합 노력과 더불어, 기존 원전의 효율적인 활용 및 신기술 도입을 통한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국내 원자력 산업이 더욱 엄격해진 안전 기준과 높아진 사회적 요구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안전 관리 강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