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산업 현장의 혁신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걷어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복잡하게 얽힌 규제로 인해 실질적인 현장 도입과 확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하며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25일 개최된 ‘2025년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AI, 로봇, 에너지 분야 등 총 40건의 규제샌드박스 과제를 심의·승인하며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번 심의에는 특히 현장에서 AI 활용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선제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과제가 다수 포함되었다. 이는 기업이 먼저 제안한 과제에 특례를 부여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정책적 필요성과 현장 수요를 반영하여 사전에 과제를 기획하고 실증 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이번 위원회에서 승인된 주요 과제로는 ‘에이로봇’의 AI 탑재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현장 실증이 있다. 현재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명확한 표준과 안전기준 부재로 인해 산업 현장 도입에 제약이 있었다. 이번 실증을 통해 로봇에 적합한 표준 및 안전기준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 산업 AI의 확산은 물론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함으로써 산업재해 위험 감소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한, ‘아이브이에이치’는 실제 주행 영상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상의 합성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자율주행 AI 모델 학습 및 평가에 활용하는 방안을 실증한다. 합성데이터는 원본 데이터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다중충돌과 같이 발생 빈도가 낮은 희소한 상황까지 학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합성데이터에서 개인 식별 정보가 포함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해 왔다. 이번 실증을 통해 합성데이터의 안전한 생성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자율주행차 기술 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한국철도태양광발전사업(주)’은 철도 선로 위에 카펫 형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전기 만드는 기찻길’ 사업을 실증한다. 현행법상 태양광발전사업자는 전기설비 공사계획 인가·신고, 사용전 검사 등을 거쳐야 하나, 철도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부 기준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번 실증은 국내에서 철도 태양광 사업이 처음 시도되는 사례로서, 다양한 유형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규제 개선 노력은 실외이동로봇 전문기업 뉴빌리티의 애로사항 청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뉴빌리티는 대통령 주재 핵심규제 합리화전략회의에서 실외이동로봇의 운행 안전 인증절차 간소화를 요청한 바 있으며, 현재 2개월이 소요되는 16개 심사항목 통과 후 보도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산업부는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심사항목 일부를 통·폐합하고, 인증 소요 기간 단축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연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규제특례 승인이 부처 간의 벽을 허물고 시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M.AX 얼라이언스 출범을 계기로 제조 분야의 디지털 전환(AX)을 가속화하기 위해 현장의 규제들을 최대한 신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노력은 AI와 로봇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