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국 대비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은 결국 인재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AI 3대 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이 인재의 체계적인 육성 없이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은 이러한 인재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국 사회의 고용 현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 고용률의 지속적인 하락세와 함께, 구체적인 사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층이 40만 명대를 유지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나약함으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 ‘쉬었음’ 청년 상당수는 열악한 근무 환경, 강압적인 업무 분위기,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견디지 못해 노동 시장을 이탈한 경험이 있는 인력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고액 연봉이나 특별한 조건이 아닌, 최저 임금 이상의 급여, 적절한 근무 환경, 정규직 전환 가능성,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업무 등 ‘상식적인’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기본적인 일자리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일자리 상황은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급증과 청년 일자리의 감소라는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8월 기준으로 청년 일자리가 1991~2025년 사이에 약 200만 개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1991년 8.3배에 달했던 청년 일자리 대비 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올해 0.8배까지 떨어져, 지난해부터는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해도 확연히 드러나는 수치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은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고령층 일자리 증가 추세 속에서도 청년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는 궁극적으로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산업 구조의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청년 일자리 부족의 근본 원인은 신산업의 부재에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5% 수준으로 감소했다. ‘압축적 산업화’를 통해 ‘압축 성장’을 이룬 한국의 탈공업화는 일본이 50년에 걸쳐 진행한 과정을 33년 만에 달성하며 가속화되었다. 문제는 한국 제조업이 미국이 구축한 산업 생태계 내 생산 부문에만 특화되어, 제품 설계나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사업 서비스는 선진국에 의존하는 ‘자기완결성 결여’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형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로 이어지며 자영업자의 고령화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2015년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25%였던 것이 지난해 37%까지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신산업 육성 실패는 청년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었다. 25~34세 핵심 노동력 취업자 규모는 1997년 8월 606만 명에서 올해 8월 535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감소했으며, 30~34세 일자리 역시 1991년 310만 명에서 2025년 8월 294만 명으로 줄었다. 이는 65세 이상 취업자가 같은 기간 339만 명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고령층은 은퇴 후에도 레드오션인 자영업이나 정부 지원 일자리에 의존하고, 청년 일거리는 줄어드는 현상은 한국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인 병폐를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기술 혁명, 즉 인터넷 및 IT 혁명, 플랫폼 사업 모델, 데이터 혁명, 그리고 AI 혁명은 산업 체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역시 IT 강국 및 신성장 동력 육성으로 대응해 왔으나,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혁신 노력의 한계를 시사한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및 ‘초혁신 경제’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AI 대전환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의 산업 정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한강의 기적’이 미국이 만든 산업 생태계의 일부를 담당하는 ‘식민지형 산업화’였다면, AI 3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완결형, 즉 선진국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디지털 생태계의 출발점인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 인프라가 취약하며,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AI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현재 교육 시스템으로는 과제를 발굴하고, 타인과 협력하여 전에 없던 답을 만들어내는 인재 양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은 ‘분산과 이익 공유와 협업’을 중시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 문화와 이질적이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은 플랫폼 사업 모델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으며, 설령 구축하더라도 이를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인식하고 진화시키지 못했다. 이는 한국이 ‘데이터 혁명’ 및 ‘AI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한 이유이며, 삼성전자와 같은 대표 기업이 모바일 제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마저 AI 대전환 과정에서 뒤처져 ‘2류 기업’으로 전락한 원인이기도 하다.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에서 인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AI 모델을 활용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재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과 ‘쉬었음’ 청년 대상 AI 교육 시 생활비 지원을 포함한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이러한 절박함을 반영한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산업 정책 실패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이나 기득권과의 ‘결별’이 요구된다.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 환경에서 ‘모노칼라 인재’를 양성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은 ‘AI 전사’ 육성과 양립할 수 없다. 영국이 교육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으로 의회 민주주의 확립, 근대 은행 시스템 도입 등 사회 혁신을 이루고 19세기를 대영제국의 시대로 만든 산업 혁명을 이끌었던 것처럼, 새로운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혁명 없이는 성공적인 AI 대전환이 어렵다.

AI 인프라와 모델 분야에서 2대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20%에 가까운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중국의 상황 역시 새로운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AI 전사’에 의한 새로운 시도들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AI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쉬었음’ 청년뿐 아니라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기적 사회 소득 제도화가 필수적이다. 사회 소득의 제도화야말로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