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내 최초로 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사업에 착수한다. 이 사업으로 호남·제주 지역의 태양광 발전시설 접속 대기 문제가 해소되고, ESS 및 가상발전소(VPP)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린다. 정부는 지난 10일 사업자로 선정된 9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알렸다.
그동안 호남·제주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변전소와 배전선로의 용량 포화로 신규 태양광 발전시설의 전력계통 접속이 지연되거나, 기존 발전소의 출력 제어가 불가피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국비 5586억 원을 투입해 ESS 기반의 대안을 마련했다. 배전망 증설 없이 배전선로에 ESS를 직접 설치해 전력 수용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배전선로 1곳에 4MW(20MWh) 규모의 ESS를 설치해 5.7MW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추가로 조기 접속시킬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 ESS가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 수요가 높거나 계통 여유가 확보될 때 저장된 전력을 방전하여 기존 배전망의 수용 여력을 확보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ESS 약 700MW를 보급해 재생에너지 1GW를 추가 접속할 계획이다. 이는 신규 선로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주민 수용성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번 사업 공모에서는 VPP랩·LG에너지솔루션, 한전KDN·SK이터닉스·HD현대일렉트릭·그리드위즈·한국동서발전·한국중부발전·현대건설 등 9개 통합발전소 사업자가 선정되어 총 32개 배전선로에 ESS를 구축한다. 이들 사업자는 향후 20년간 ESS를 운영하며 분산된 재생에너지를 통합 관리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운전을 최적화할 예정이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8월 예정된 차기 공모부터 장주기·장수명·화재안전성 등 강점을 가진 차세대 배터리의 시장 진입을 유도할 방침이다. 제주 지역에 우선 적용하고 육지 지역 가점 제도도 보완해 신기술 육성을 지원한다. 차기 공모 시에는 산업·경제 기여도 및 고용 창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분산형 전력망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ESS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K-배터리의 해외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