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사업의 범위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에서 메모리 용량 확장과 데이터 저장 분야까지 넓히는 전략적 전환을 이루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OCP 글로벌 서밋 2026'에서 심호준 DS부문 메모리사업부 AE팀 상무는 속도(Speed), 메모리 확장성(Memory Expansion), 데이터 영속성(Persistence)을 3대 축으로 제시했다. AI 모델 대형화로 추론 과정에서 처리할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개별 메모리 칩의 성능뿐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8세대 HBM5와 커스텀 HBM, 연산칩 위에 메모리를 적층하는 zHBM, 메모리 내부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속도 측면의 기술을 공개했다. 메모리 확장성 분야에서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와 이를 활용한 CMM-D(CXL Memory Module-DRAM)를 앞세웠다. 특히 AMD와 CXL 기반 메모리 확장 솔루션을 공동 시연하며 메모리 풀링을 통해 여러 시스템의 메모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선보였다. 데이터 영속성 측면에서는 차세대 기업용 SSD와 고용량 낸드플래시 기술을 통해 대규모 AI 데이터의 저장 성능과 용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전략은 삼성전자가 단일 제품 경쟁을 넘어 AI 인프라 시장에서 종합 솔루션 공급자로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9%,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9.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옴디아는 삼성전자의 올해 D램 생산능력이 300㎜ 웨이퍼 기준 약 817만5000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SK하이닉스의 666만장과 마이크론의 360만장을 웃도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와 AI 시스템을 공동 설계하고 '삼성 맥스랩'을 통해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개방형 협력 전략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CXL 기반 메모리 확장 기술의 상용화 시점과 대량 양산 일정은 명시되지 않았다. AMD와의 공동 시연 결과가 실제 데이터센터 도입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될지도 미확정 상태다. 삼성전자가 이번 행사에서 그록(Groq) LPU 웨이퍼와 엔비디아 Groq 3 LPX 시스템 등을 전시하며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업 성과를 소개했지만, 이들 협력이 장기 계약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AI 시스템의 메모리 용량 부족 문제가 부각되는 만큼, CXL 기술의 실제 성능 검증 결과와 고객사 도입 사례가 후속 과제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