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 기술탈취 신고 창구를 ‘중소기업 기술탈취 신문고’로 통합해 원스톱 대응 체계를 가동한다. 이는 단순히 민원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대기업의 공급망 내 ESG 리스크 관리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중대한 변화로 분석된다. 이제 협력사의 기술 보호는 단순한 상생 협력을 넘어 기업의 거버넌스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됐다.
과거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재산처, 경찰청 등 각 기관에 개별적으로 사안을 신고하고 구제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절차적 혼선과 시간적·비용적 부담은 피해 기업이 대응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신문고 출범은 신고 접수부터 상담, 지원, 조사, 수사까지 단일 창구에서 연계 처리함으로써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대기업의 공급망 관리 책임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자와 고객들은 이제 기업의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밸류체인 전반의 윤리 경영 수준을 요구한다. 협력사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는 심각한 거버넌스 결함이자 사회적 책임(S)을 방기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통합 신고 시스템은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고 법적 절차로 전환하는 문턱을 크게 낮춰, 대기업에 잠재적 평판 리스크와 법적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특히 정부가 ‘피해기업의 입증책임 완화’를 제도 개선 방향으로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술탈취 소송에서 가장 큰 장벽이었던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완화될 경우, 분쟁의 양상은 대기업에 현저히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 이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선제적으로 협력사와의 공동 기술 개발 및 비밀유지 계약을 정비하고, 내부 임직원의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기술탈취 신문고’의 출범은 국내 산업 생태계의 공정 거래 질서를 재편하는 신호탄이다. 대기업 ESG 담당자와 투자자들은 이를 공급망 내 잠재된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향후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 협력사와의 관계를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