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남·울산 지역 초대형 산불 발생 1년이 지나면서 정부의 피해 복구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총 1조 88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이번 계획은 단순 원상복구를 넘어, 기후재난 피해지역을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재난 대응 패러다임을 사후 복구에서 사전 예방과 적응, 그리고 기회 창출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번 계획의 법적 기반은 ‘산불특별법’이며, 실행 기구로 국무총리 소속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가 운영된다. 핵심은 피해지역을 ‘산림투자 선도지구’로 지정해 민간 자본 유치를 촉진하는 전략이다. 정부는 해당 지구에 용적률과 건폐율을 최대 120%까지 완화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산림 휴양·레포츠 단지, 리조트 등 고부가가치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역 특화 임산물 재배 단지를 구축해 지속가능한 소득원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를 공공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린 전략이다. 재난 복구 과정에 민간 투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나아가 지역 경제의 체질 자체를 기후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건설, 관광, 스마트 농업 분야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단기적인 이재민 지원도 병행된다. 현재까지 구호 및 주거 지원금 4954억 원 중 89%인 4409억 원이 집행되었으며, 임시주택 거주민 2236세대에 대한 맞춤형 주거 이전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주거 안정을 넘어, 재건된 경제 생태계 안에서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산불 복구 모델은 향후 국내에서 발생할 다른 기후재난 대응의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재난을 사회적 비용으로만 간주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의 산업구조를 저탄소·친환경적으로 재편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