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봄철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을 선포하며 범정부 대응체계 가동에 나섰다. 이는 더 이상 산불이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상시적 위협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제 산불은 국가적 재난 대응을 넘어 개별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ESG 리스크로 관리되어야 한다.

최근 10년간 산불 피해의 대부분이 3, 4월에 집중된 통계는 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정 시기에 반복되는 재난은 예측 가능한 경영 리스크다. 특히 공장,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핵심 자산이 산림 인접 지역에 위치한 기업에 산불은 직접적인 물리적 타격을 의미한다. 자산 손실뿐만 아니라 공급망 붕괴, 생산 중단으로 이어져 막대한 재무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위협은 기업의 ESG 경영 역량을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가 된다. 환경(E) 측면에서 산불 대응은 기후변화 적응 전략의 일환이다. 기업은 탄소 배출 감축과 같은 완화 전략을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장 주변 방화림 조성, 내화성 자재 사용, 자체 소방 시스템 구축 등이 그 예다.

사회(S) 부문에서는 사업장 인력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 부각된다. 산불 발생 시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기회가 된다. 재난 대응 실패는 브랜드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산불 리스크 관리는 지배구조(G)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기후 관련 리스크를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에 통합하고, 사업 연속성 계획(BCP)에 산불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정부의 대응에 의존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자체 방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지키는 길이다. 정부의 특별대책기간 선포는 기업들에게 리스크 관리 수준을 재점검하라는 강력한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