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릴 만큼 가계 소비지출의 침체와 수출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네 개 분기에 걸쳐 1년 동안 누적 성장률이 -0.3%에 그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8%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러한 경제 침체의 배경에는 가계 소비지출의 지속적인 하락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자영업 관련 소매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 관련 소매판매는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때조차 경험하지 못한 전례 없는 침체를 보이고 있다. 수출 역시 2021년 2.92%였던 세계 시장 비중이 올해 2월 기준 2.66%로 하락하는 등 ‘잃어버린 4년’을 겪고 있으며, 내수와 수출의 동반 추락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 수준 지수 하락 등 사회 전반의 불안정 또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 기조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며 국민의 삶을 우선시하는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회복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첫 달인 6월 수출액은 6월 기준 역대 최고인 598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경제 주체의 심리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주가는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신뢰의 결과로 해석된다.

경제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민생지원금’을 중심으로 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신속한 편성은 한국 경제에 산소호흡기 역할을 넘어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30년 이상 역대 정부들이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방치하며 내수 취약성을 구조화시킨 결과, GDP 대비 가계소비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4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다른 주요 선진국들이 50%를 넘는 것과 대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가계 소비지출 감소 규모는 더욱 심각하여, 2020년에는 GDP의 3.9%에 해당하는 79조 3000억 원, 올해 1분기에는 GDP의 5.5%에 해당하는 125조 5000억 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이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여 ‘미국 구조 계획’을 통해 GDP의 8% 규모인 1조 9000억 달러를 투입하고, 그 결과 2021년 2분기부터 개인소비지출이 예상 규모를 초과하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1조 1932억 달러가 초과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또한,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으나, 한국은 가계부채가 외환위기 전 48%에서 지난해 90%까지 증가하며 부채 상환 부담이 가계소비를 억압하고 성장을 둔화시키는 핵심 원인이 되었다.

문제는 일회성 민생지원금만으로는 급격히 붕괴된 민생을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민생지원금을 정기적 사회소득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일회성 지원은 소비 진작에 한계가 있고 규모와 재정 부담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사회소득 강화와 조세에 의한 재분배 개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예를 들어, 소득공제 전면 수술로 확보한 세수를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인적공제 혜택으로 지급할 경우, 4인 가족 기준 연 100만 원을 8회 지급할 수 있다. 이렇게 지역화폐와 연계된 정기적 소득으로 자리매김한 민생지원금은 중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 의존도 및 기초노령연금 인상 부담을 낮추며,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과 노인 빈곤율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저소득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료품 물가 상승률(25%)이 전체 물가 상승률(16%)을 상회하는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같이 정부가 물가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는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생과 내수를 안정화하는 바탕 위에서 반도체+AI 생태계 재구성을 추진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