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둔화와 가계 소비 위축은 고도성장 시대 이후 심화된 소득 불평등과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고용 및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생산 자동화,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택하면서 충격의 비용이 가계에 전가되었고, 이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 감소 및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초부터 30년 이상 지속되며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가계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및 실질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이 극심하게 둔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30년간 가계의 소득과 소비 억압을 일시적으로 봉합하기 위해 가계부채에 의존해왔으나, 이는 오히려 소비와 성장 둔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고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더 이상 가계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기에 나서기 어려워졌고, 이는 지방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설투자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가계 소비의 구조적 취약성과 연결된 건설투자 침체의 해법은 가계 소득 강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 배포가 소상공인 카드 매출액 증가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일회성 정책으로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복적인 소비쿠폰 지급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인 가계 소득을 지원하고, 이 지원금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소득’ 또는 ‘사회임금’의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낸 생산의 결과물 중 사회적 몫을 떼어내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의 생존과 사회 유지에 필요한 소득으로 배분하는 것이 사회소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지출 규모는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이는 국민 1인당 약 300만 원 정도의 사회소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1200만 원, 월 1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소득 불평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창출 활동자의 평균 월수입은 282만 원에 불과하며, 하위 41%는 최저임금 기준 월수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균등한 소득 분배는 ‘을’ 간의 갈등을 일상화시키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기적인 사회소득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화폐 지급을 통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행 불공정한 조세 체계 개혁을 통해 사회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OECD 평균과 유사하지만,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낮으며, 이는 다양한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1110조 원의 소득에 대해 410조 원의 공제 혜택이 적용되어 최종적으로 약 101조 원의 세금이 감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 상위 0.1%는 1인당 1억 1479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은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을 받았다. 만약 현행 공제 방식을 폐지하고 확보된 세금을 인적 공제 기준으로 전 국민에게 1/n로 배분한다면, 4인 가구 기준 연간 약 860만 원, 월 72만 원의 지급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재분배 효과가 크고, 소득이 낮을수록 순혜택이 증가하기에 조세 저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불공정한 조세 체계를 개혁하여 정기적인 사회소득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지출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소득 강화는 기본사회 구축의 한 축인 기본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AI 대전환 시대에 따른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