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이 막을 내린 1990년대 초 이후, 한국 경제는 소득 분배 악화와 가계 소비 위축이라는 만성적인 문제에 직면해왔다. 외환위기 이전 5년간 가계 당 실질 처분가능소득과 소비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4.8%와 7.1%였던 것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27년간은 각각 0.7%와 0.8%로 급감하며 소득과 소비가 억압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가계소득의 억압은 ‘경제 모르핀’이라 불리는 가계부채 증가를 야기하며 소비와 성장 둔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왔다. 특히 최근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가계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기에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건설투자 침체와 맞물려 가계소비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소비쿠폰 지급은 단기적인 소비 개선 효과를 가져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이는 국가 재정 부담 또한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인 가계소득을 지원하고, 이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 도입이 시급하다. 이는 ‘사회임금’ 또는 ‘사회소득’ 개념을 도입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협력하여 생산한 결과물을 배분할 때, 개인의 기여도에 따른 ‘시장임금’ 외에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으로 배분되는 ‘사회임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OECD 국가들의 사회지출 규모를 비교했을 때, 한국은 GDP 대비 사회지출 비중이 15.326%로 OECD 평균 21.229%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약 300만 원, 4인 가족 기준 연간 1200만 원 가량의 사회소득이 OECD 평균보다 적게 지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소득의 절대적 과소는 시장소득에 대한 과잉 의존과 불평등한 분배로 이어져, 소득 창출 활동자의 평균 월수입이 282만 원에 불과하고 하위 41%는 최저임금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기적 사회소득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화폐 지급을 통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불공정한 조세 체계의 수술이 제안된다. 한국의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낮은 편이며, 다양한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 상위 계층에게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구조이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1110조 원의 소득 중 410조 원에 공제 혜택이 적용되어 101조 원의 세금이 줄어들었고, 특히 소득 상위 0.1%는 1인당 1억 1479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았다.
만약 현행 세금 공제 방식을 모두 폐지하고 확보된 세금을 인적 공제를 기준으로 국민 전체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연간 약 860만 원, 월 72만 원의 사회소득 지급이 가능하다. 이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으면서도 90% 이상의 국민에게 순혜택을 제공하고, 소득이 낮을수록 혜택이 커져 재분배 효과 또한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불공정한 조세 체계를 개혁하여 정기적 사회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지출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나아가 이러한 소득 강화는 ‘기본사회’의 한 축인 ‘기본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대전환 시대에 따른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취약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