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가계 소비 위축이라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기적인 사회소득 재원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유지하는 등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서 더욱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1990년대 초 이후 소득 분배 악화와 가계의 고통 전가라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노력은 고용 및 임금 인상 억제, 비정규직 선호, 생산 자동화 및 해외 이전으로 이어졌고, 이는 가계 소비 역할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그 결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10.3%에서 2011년 36.2%까지 증가하며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가 심화되었다. 과거 30년 이상 가계의 소득과 소비는 억압되었고, 이러한 공백을 가계부채로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소비와 성장 둔화를 가속화시켰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계부채 감소세 전환, 부동산 경기 침체, 건설 투자 성장 기여도 마이너스 기록 등은 이러한 가계소비의 구조적 취약성과 건설 투자 침체의 근원이 가계소득 억압에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가계소득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배포가 일부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기여한 바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국가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소비쿠폰의 반복적 지급은 어렵기에,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인 가계소득 지원 방안이 요구된다. 이는 ‘사회임금’ 또는 ‘사회소득’으로 불리는 개념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사회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되는 ‘사회몫’의 배분을 통해 이루어진다.
국제 기준으로 사회소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사회지출 규모에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4년 기준, 오스트리아의 31.554%에 비해 한국은 15.326%로, GDP 대비 5.903% 포인트가 부족하며 이는 약 151조 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약 300만 원, 4인 가족 기준 월 1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사회소득의 절대적 과소와 시장소득에 대한 과잉 의존, 그리고 불평등한 분배는 가계 소비지출의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상위 0.1%의 세후 월평균 실질수입은 1억 2215만 원인 반면, 하위 41%는 최저임금 기준 월수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극심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정기적 사회소득의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추가 세금 도입보다는 현행 조세 체계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의 개인소득세율은 OECD 평균보다 낮지 않으나, GDP 대비 비중은 낮은 편이며, 이는 과도한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세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101조 원에 달하는 세금이 공제 혜택으로 인해 감면되었으며, 소득 상위 0.1%는 1인당 1억 1479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았다.
현행 공제 방식을 모두 폐지하고 확보된 세금을 인적공제 기준으로 국민에게 균등 분배할 경우, 4인 가구 기준 연간 약 860만 원, 월 72만 원의 지급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여 재분배 효과가 크다. 결국, 불공정한 조세 체계를 수술하여 정기적 사회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 지출을 강화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득 강화는 기본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AI 대전환 시대에 따른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