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AI 기반 산업체계로의 대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AI 시대의 핵심 동력은 결국 사람이기에, ‘AI 3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재정립해야 함을 시사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청년 고용률이 1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쉬었음’ 청년층이 40만 명대를 지속하는 상황은, 과거 노무현 정권 출범 당시보다 2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일부에서는 청년 세대의 나약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주된 이유는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임금, 직장 내 괴롭힘 등 ‘상식적’이라고 여겨지는 일자리조차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연봉 2823만 원 이상, 통근 시간 63분 이내, 추가 근무 제한, 개인 성장 기회 등을 희망하는 것은 특별한 요구가 아닌, 최소한의 노동 존중을 반영한 결과이다.

한국의 일자리 지형은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급증과 청년 일자리의 감소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8월 기준, 1991년부터 2025년 사이에 청년 일자리가 약 200만 개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청년 일자리 대 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1991년 8.3배에서 올해 0.8배로 역전되었으며, 지난해부터는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의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은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에도 미치지 못하며, 우리와 달리 청년 일자리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는 결국 일거리를 창출하는 산업 구조와 직결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제조업에 편중되어 있었으나,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던 제조업 일자리가 올해 15%로 감소한 것은 ‘탈공업화’가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한국의 제조업이 미국의 생산 부문에 특화된 모델을 답습하며 설계,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사업서비스를 해외에 의존하는 ‘자기완결성을 결여’한 구조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대신,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이 증가했고, 이는 소득 불평등 심화와 ‘한국형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졌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급격한 고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2015년 25%에서 지난해 37%로 급증한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자리한다. 반면, 신산업 육성에 실패하면서 핵심 노동력인 25~34세 취업자 규모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8월 606만 명에서 올해 8월 535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감소했다. 30~34세 일자리 역시 1991년 8월 310만 명에서 2025년 8월 294만 명으로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취업자는 같은 기간 339만 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고령층이 레드오션인 자영업이나 정부 주도 일자리에 의존하고, 청년 일자리는 점차 감소하는 한국 산업 생태계의 심각한 병폐를 드러낸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IT, 플랫폼, 모바일, 데이터, 그리고 AI 혁명은 산업 체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도 IT 강국, 신성장 동력 육성 등으로 대응해왔지만,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및 혁신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및 초혁신 경제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AI 대전환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의 산업 정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생태계 전환에서 뒤처진 한국이 ‘AI 3대 강국’을 지향하는 것은 미국이 만든 산업 생태계의 일부를 맡았던 과거 ‘식민지형 산업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AI 3대 강국은 선진국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중국 등과 달리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점과 더불어,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현재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AI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 교육 시스템은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과 협력하여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인재 양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이 플랫폼 사업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 역시, ‘위계와 경쟁’ 중심의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이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중시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 문화와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 사업 모델을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해 진화하지 못한 결과,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조차 모바일 기기 제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에서도 AI 대전환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며 2류 기업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기반 산업 체계의 대전환에서 인재는 핵심이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3대 강국’은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을 제공하고 ‘쉬었음’ 청년들에게 생활비까지 지원하며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의 실패한 산업 정책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이나 기득권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AI 전사’는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환경에서 배출되는 모노칼라 인재를 만드는 현행 교육 시스템과는 양립할 수 없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교육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과 사회 혁신을 동반했듯이, 성공적인 AI 대전환을 위해서는 교육 혁명이 필수적이다. AI 인프라와 모델 강국임에도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중국의 사례에서도 AI 교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AI 전사들에 의한 새로운 시도들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해야 하며,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경제적 여유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쉬었음’ 청년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정기적 사회 소득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