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민주주의 회복에 힘입어 경기 심리와 주식 시장, 성장률 등에서 긍정적인 회복세를 보이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침체된 소비를 되살리는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위 기간 없이 출발한 새 정부의 지난 두 달간 위기관리 능력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기록한 -2.2%의 성장률을 극복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1년 1월 20일, ‘미국 구조 계획법(the American Rescue Plan Act)’에 서명하며 경기 부양을 위해 2021년 미국 GDP의 8%에 달하는 1.9조 달러 예산을 요청했던 사례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당시 이 추경안은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통과되었고, 그 결과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1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소비 지출은 2021년 2분기부터 완전히 회복되었으며 장기 추세를 초과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소비 지출의 완전한 회복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연평균 3.6%의 성장률 달성에 기여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최고 기록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전례 없는 대응’을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퍼주기’식 정책으로 비난했지만, 높은 성장률은 정부 채무의 안정적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 채무는 2019년 말 GDP 대비 99.5%에서 2021년 1분기 121.4%로 증가했으나, 추경 집행 이후 빠른 경기 회복과 GDP 증가 덕분에 2023년 1분기에는 109.5%로 하락했다. 또한 가계 구제 지원에 힘입어 가계 부채도 2019년 말 74.6%에서 2023년 3월 73.2%로 오히려 감소하며, 소비 부양, 경제 성장, 정부 및 가계 채무 안정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2020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14.2조 원을 투입했으나 이는 그해 GDP의 0.7%에 불과한 규모였다. 그 결과 2020년 가계 소비 지출은 코로나19 충격이 없었을 경우보다 GDP의 3.9% 규모인 79조 3394억 원이 감소했다. 경기가 회복하면서 2022년까지 소비 지출 감소액은 GDP의 3.2%까지 축소되었으나, 2023년 4.0%, 2024년 5.1%, 올해 1분기에는 5.5%까지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이는 지난 3년간 가계 대출, 자영업자 대출,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이 각각 약 2배, 4배, 5배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며 올해 1분기까지 GDP는 지난해 1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 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코로나19 충격 이전에 미국보다 앞섰던 성장률은 충격 이후 미국에 뒤처졌고, 정부 채무는 2019년 말 GDP 대비 35.4%에서 2023년 말 46.9%로 증가했으며, 가계 부채 역시 2019년 말 89.6%에서 2023년 9월 99.2%까지 급증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고통을 가계에 전가한 결과, 내수 침체, 성장 둔화, 가계 및 정부 재정 악화라는 ‘전례 없는’ 4중고를 겪고 있으며,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경제 전염병’ 확산으로 경제 주체들은 자신감을 잃었고,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강요된 경제 생태계 붕괴보다 더 심각한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 상황을 초래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민생 회복과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경제는 ‘제2 IMF’로 비유될 정도의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위기를 잘 관리하고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인수위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 두 달간 보여준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에 시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비 심리 지수가 빠르게 회복하며 34개월 지속한 부정적인 경제 심리가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지난해 1분기 GDP 수준에 미달했으나 올해 2분기에 회복세를 보였다. 가계 소비가 2분기 성장률 0.6% 중 0.2% 포인트를 견인하며 2분기 내수 성장 기여도가 이전 1년(4분기)의 -0.2% 포인트에서 플러스(+) 0.3% 포인트로 급반등한 결과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식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제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물 경제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심리 개선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실물 경제 개선을 위해서는 가계에 대한 구제 및 지원을 통해 가계 소득을 강화해야 한다. 제도적, 구조적 강화 이전에 단기적인 대책으로 ‘소비 쿠폰’으로 불리는 ‘민생 지원금’이 일명 산소호흡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12.1조 원 규모는 1분기 가계 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의 1/3 규모에 불과하며, 145조 6395억 원에 달하는 가계 소비 연간 부족분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응에 그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에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준비를 당부한 배경이 이해된다.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 생계 안정을 위해서는 식음료와 에너지 등 생활 물가 안정 또한 필수적이다. 2020년 대비 지난달(6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6.3%였으나,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 상승하여 고물가가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 소득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정부가 서민들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와 에너지 비용 등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러한 물가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경우 소득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조사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소비 쿠폰은 단기적인 산소호흡기 역할에 그치며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도 어렵다.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정기적인 민생 지원금 지급, 즉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임금) 지급의 제도화가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민들레학교 설립자 겸 교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