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성장률 둔화와 가계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소득’ 개념과 이를 통한 조세 체계 개편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는 중요한 사회적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4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0.9%로 낮게 제시하며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전망은 가계 소비의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건설 투자 부진과 수출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1990년대 초 이후 소득 분배 악화와 기업의 고용 및 임금 인상 억제,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인한 충격 비용이 가계에 전가되면서, 경제에서 가계 소비의 역할이 크게 하락했다. 그 결과, GDP 대비 수출 비중은 1991년 10.3%에서 2011년 36.2%까지 증가하며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경제 구조는 세계 경제 환경 악화 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외환위기 이전 5년간 가계 당 실질 처분가능소득과 실질 가계소비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4.8%와 7.1%였던 것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27년간은 각각 0.7%와 0.8%로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가계 소득과 소비의 억압은 가계 부채 증가라는 ‘경제 모르핀’으로 일시적으로 메워졌지만, 결국 소비와 성장 둔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특히 성장 둔화, 인구 감소, 고금리라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더 이상 가계 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기에 나서기 어려워졌으며, 이는 지방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설 투자 성장 기여도 마이너스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가계 소비의 구조적 취약성은 가계 소득의 억압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가계 소득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배포는 소상공인의 평균 카드 매출액을 작년 동기 대비 6.44% 증가시키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이는 단기적인 ‘산소호흡기’ 역할에 그칠 뿐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인해 소비쿠폰의 반복적 지급 역시 어렵다. 따라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인 가계 소득 지원과 함께,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의 도입이 시급하다.
정기적인 가계 소득은 ‘사회임금’ 혹은 ‘사회소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함께 만들어낸 생산의 결과물 중,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으로 배분되는 몫을 의미한다. 사회소득 수준을 국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표인 사회지출 규모에서 우리나라는 OECD 평균(21.229%) 대비 낮은 15.326%에 머물러 있다. 이는 GDP 대비 약 151조 원, 국민 1인당 약 300만 원 정도가 부족한 수준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는 연간 1200만 원, 월 1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 소비지출의 구조적 취약성은 사회소득의 절대적인 과소, 시장소득에 대한 과잉 의존, 그리고 시장소득의 불평등한 분배에서 비롯된다. 2023년 국세청 통합소득 자료에 따르면, 상위 0.1%는 세후 월평균 실질수입 1억 2215만 원을 기록하는 반면, 중위 50%는 215만 원, 소득 창출 활동자의 평균 월수입은 282만 원에 불과하며 하위 41%는 최저임금 기준 월수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이는 ‘을’ 간의 갈등을 일상화하는 배경이 된다.
정기적인 사회소득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소득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현 사회경제 상황에서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 세금 도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공정한 조세 체계를 수술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OECD 상위권에 속하지만,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하위 그룹에 머물러 있다. 이는 누더기 같은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1110조 원의 소득 중 약 410조 원에 공제 혜택이 적용되어 약 101조 원의 세금이 감면되었다. 특히 소득 상위 0.1%는 1인당 1억 1479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은 반면, 중위 50%는 276만 원에 그쳤다.
만약 현행 공제 방식을 폐지하고 확보한 세금을 인적 공제만을 기준으로 국민에게 1/n로 배분한다면, 4인 가구 기준 연간 약 860만 원, 월 72만 원의 지급이 가능하다. 이는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순혜택을 보고, 소득이 낮을수록 순혜택이 증가하여 재분배 효과 또한 크다.
결론적으로, 불공정한 조세 체계의 개편을 통해 정기적인 사회소득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 및 소비 지출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득 강화는 기본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AI 대전환 시대에 따른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