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 시대의 막이 내린 90년대 초부터 한국 경제는 대외 환경 변화와 더불어 내수 부진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출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은 세계 경제의 변동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의 비용은 고스란히 가계,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전가되었다. 이러한 가계 소득 및 소비지출의 억압은 지난 30년 이상 지속되며 경제 성장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라는 악순환을 심화시켜왔다. 최근 건설 투자 부진과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이러한 가계 소비의 구조적 취약성과 직결되어 있으며, 이는 가계 소득 강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 정책은 단기적인 소비 활성화 효과를 가져왔지만, 이는 마치 산소호흡기와 같은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적인 가계 소득 지원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 도입과 함께 일정 비율의 지역화폐 지급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사회 소득은 인간이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함께 만들어낸 생산 결과물 중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으로 배분되어야 하는 몫을 의미한다. 이는 정치와 민주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개인 소득과는 구분된다.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사회 지출 규모는 GDP 대비 15.326%로, OECD 평균인 21.229%에 비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약 300만 원, 4인 가족 기준 연간 1200만 원에 해당하는 규모의 사회 소득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더욱이,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창출 활동자 중에서도 소득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상위 0.1%는 월평균 1억 2215만 원의 실질 수입을 올리는 반면, 하위 41%는 최저임금 기준 월수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은 ‘을’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기적인 사회 소득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최고 개인 소득세율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낮지 않지만, GDP 대비 개인 소득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다양한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세율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410조 원에 달하는 소득에 공제 혜택이 적용되어 약 101조 원의 세금이 감면되었으며, 특히 고소득층일수록 더 큰 감세 혜택을 누렸다.

만약 이러한 불공정한 세금 공제 방식을 모두 폐지하고 확보된 세금을 인적 공제만을 기준으로 국민 전체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면, 4인 가구 기준 연간 약 860만 원, 월 72만 원의 지급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조세 저항이 적고, 소득이 낮을수록 더 큰 순혜택을 보기에 재분배 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조세 체계의 근본적인 수술을 통해 정기적인 사회 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계의 소득 및 소비지출을 강화하는 핵심적인 방안이다. 나아가, 이러한 소득 강화는 기본 사회의 한 축인 기본 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대전환 시대에 발맞춰 창업과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