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AI 기반 산업체계로의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인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창출하는 동력은 결국 인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AI 3대 강국’을 향한 야심 찬 계획 또한 인재 없이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은 이러한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16개월째 이어지는 청년 고용률 하락과 40만 명대를 지속하는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단순한 경기 침체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시사한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열악한 근무 환경, 사적 심부름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견디지 못하고 노동 시장을 이탈한, 경험 있는 노동력이지만 ‘상식적인’ 일자리조차 찾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의 일자리 지형은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급증과 청년 일자리의 감소라는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8월 기준으로 청년 일자리는 200만 개가량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청년 일자리와 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1991년 8.3배에서 0.8배로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OECD 평균과 비교해도, 한국의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신산업 창출의 부진에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일자리 비중이 1991년 27%에서 올해 15%로 급감하며 ‘압축적 탈공업화’를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제조업이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생산 부문에 특화된 ‘자기완결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를 대신해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의 증가로 이어졌고, 자영업자와 급여 생활자 간 소득 격차 심화라는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초래했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라는 악순환을 야기하며, 자영업자의 고령화 또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신산업 육성에 실패하면서 25~34세 핵심 노동력 규모는 1997년 8월 606만 명에서 올해 535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한국 산업 생태계가 심각한 병에 걸렸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IT, 플랫폼, 모바일, 데이터, AI 혁명은 산업 체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역시 IT 강국 육성 등으로 대응해왔지만,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및 혁신 노력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및 초혁신 경제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과거 30년의 산업 정책에 대한 처절한 자기비판이 요구된다.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의 인프라가 취약하고,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기존의 ‘위계와 경쟁’ 문화에 익숙한 인재로는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모델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표 기업이 제조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에서도 AI 대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며 2류 기업으로 전락한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에서 인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AI 모델을 활용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다. 따라서 ‘AI 3대 강국’은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 및 ‘쉬었음’ 청년 대상 생활비 지원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실패한 산업 정책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 및 기득권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AI 전사’ 양성은 획일주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며, 이는 중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에서도 확인되는 지점이다.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해야 하며, 나아가 ‘쉬었음’ 청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나 AI 모델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정기적 사회소득의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소득 제도화야말로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