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계의 지속적인 인력난과 기후 변화로 인한 작물 생육 불안정 문제는 농업 생산성 향상과 안정적인 농가 소득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시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땅콩 산업은 연간 재배 면적 감소와 생산량 저하 추세를 보이면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선보인 기계 수확에 적합한 고올레산 땅콩 신품종 ‘해올’과 ‘케이올2호’는 국내 땅콩 재배 환경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9월 22일,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면에서 진행된 현장 연시회는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땅콩 재배 농가, 지역 농업기술센터 관계자,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땅속작물수확기와 같은 현대화된 기계화 수확 장비를 활용한 시연이 이루어졌다. 이번 연시회는 단순히 새로운 품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기계 수확의 효율성과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쓰러짐(도복) 저항성, 수확 과정에서의 손실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자리였다.
‘해올'(2018년 등록)과 ‘케이올2호'(2022년 등록)는 심혈관 건강에 유익한 올레산(오메가-9) 비율이 80% 이상으로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높은 올레산 함량은 산패 저항성을 높여 장기간 저장 및 유통 시에도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는 장점을 지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신품종이 기존 품종에 비해 키(가지)가 작아 성숙기에 쓰러짐 현상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존 품종인 ‘신팔광’의 평균 키가 56cm인 반면, ‘해올’은 51cm, ‘케이올2호’는 36cm로 상대적으로 작다. 이는 쓰러짐 저항성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신팔광’의 쓰러짐 저항성 지수가 5인 반면, ‘해올’은 0, ‘케이올2호’는 1로, 0에 가까울수록 쓰러짐에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품종이 기계화를 통한 수확 작업에 훨씬 용이함을 시사한다. 다만, 지나치게 좁은 재식 거리나 과도한 유기물, 질소 비료 사용은 쓰러짐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신품종 보급과 기계화 촉진을 위해 전남 신안군과 제주 우도에서 각각 5헥타르 규모의 신기술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간 약 30헥타르의 땅콩 재배 면적을 보유한 전남 신안군은 땅콩을 새로운 소득 작물로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올해부터 이들 고올레산 품종 재배 단지를 조성하여 농가 소득 및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품종별 재배 비율에서 ‘해올’은 3.8%, ‘케이올2호’는 0.8%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존 품종인 ‘신팔광’은 53.4%에 달하지만, 점진적인 신품종 도입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안군 자은면에서 ‘해올’ 품종을 재배한 김은아 농가는 “생육 후기에도 쓰러짐 없이 안정적인 포기 유지가 가능했으며, 기계 수확 시 노동력과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립식량과학원 곽도연 원장은 “기계 수확에 적합한 품종의 확대는 국산 땅콩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 생산비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땅콩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 재배 기술과 기계화 수확 표준 모형을 제시하고, 농업인의 소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품종 개발을 넘어, 한국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농촌진흥청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