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전환 속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은 이용자 데이터 축적, 맞춤형 광고 및 서비스 개선, 그리고 이용자 유입 증가로 이어지는 강력한 피드백 순환 구조가 작동하는 곳이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기업집단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이 합작회사 ‘지마켓-알리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이하 알리익스프레스)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를 제기하며 승인 조건을 부과했다. 이는 곧 거대한 데이터 자산을 가진 글로벌 기업과 국내 이커머스 강자 간의 결합이 가져올 시장 재편 움직임에 대한 규제 당국의 신중한 접근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바로 ‘데이터 결합’을 통한 경쟁 제한 가능성이었다. 현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37.1%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마켓은 3.9%로 4위 사업자다. 이번 결합으로 지마켓-알리 합작회사는 합산 시장 점유율 41%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사업자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특히 공정위는 최근 중국발 상품의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내 비중이 급증하고 있으며(2023년 48% → 2024년 60% 예상), 알리익스프레스의 공격적인 국내 사업 확장 추이를 고려할 때, 합작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41%를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시장 지배력 강화 우려와 더불어, 공정위는 지마켓이 20년 이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쌓아온 5,000만 명 이상의 회원 정보와 풍부한 국내 소비자 소비성향 및 패턴 데이터를, 알리익스프레스가 보유한 전 세계 소비자 선호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세계 최상위 수준의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술력을 통한 데이터 분석·활용 능력이 결합될 경우, 소비자 데이터가 양적·질적으로 확대·강화되어 막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곧 정밀한 개인화 마케팅과 이용자 인터페이스 개선을 통해 합작회사 플랫폼으로의 이용자 쏠림 현상을 배가시키고, 데이터 능력이 부족한 경쟁 사업자들의 이용자 이탈 및 시장 진입 장벽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 고착 효과 강화는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품질 유지 유인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결국 이러한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는 지마켓·옥션과 AliExpress를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이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또한,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상대방의 소비자 데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해외직구 외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 이용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하며,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수준 유지를 명시했다. 이번 조치는 3년간 유효하며, 공정위는 시장 상황 변동 등을 검토하여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특히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 간의 결합이 가져올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데이터 결합의 경쟁제한 효과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시정조치를 설계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디지털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데이터의 경쟁 촉진 또는 제한 효과에 대한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번 기업결합을 통해 국내 판매자들이 AliExpress와 같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 판로를 개척하게 되는 ‘역직구’ 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시 데이터 결합 효과를 꼼꼼히 검토하고, 데이터가 시장 경쟁 및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지속하며 디지털 전환 시대의 시장 혁신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