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기후 위기와 소비 패턴 속에서 농산물 유통 구조의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고, 나아가 국가 경제의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 발표는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번 방안은 단순한 유통 개선을 넘어,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화를 통해 농산물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핵심 목표로 2030년까지 배추, 사과 등 핵심 품목의 가격 변동성을 50% 완화하고, 농산물 유통 비용을 10% 절감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온라인 도매 시장의 활성화와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이어지는 유통 구조의 디지털 혁신이 중점적으로 추진된다. 현재 전체 도매 유통의 6% 수준에 머물러 있는 온라인 도매 시장 거래 규모를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은 매우 야심 찬 목표다. 판매자 가입 요건 완화, 맞춤형 바우처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통해 온라인 거래 플랫폼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거래 방식 도입과 거래 중개인 육성을 통해 농업인의 가격 결정 참여를 확대하며 산지와 소비지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산지 스마트화를 통한 유통·물류 효율성 증대에도 힘쓰고 있다.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지난해 30곳에서 2030년까지 300곳으로 대폭 확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정보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여 APC 운영 최적화를 꾀한다. 이는 자동 선별기 등 스마트 장비 지원 확대와 더불어 농산물 처리 및 관리의 정확성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유통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품질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농가와 온라인 전문 셀러를 연계하는 판매 지원 사업을 통해 산지와 소비지 간 온라인 직거래를 확대하여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높인다.

도매 시장의 공공성과 경쟁력 제고 또한 이번 방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성과 부진 도매 법인 지정 취소 의무화, 신규 법인 공모 등 제도를 개편하고, 그동안 평가 체계가 없었던 중도매인에게도 2027년부터 성과 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경쟁을 촉진한다. 장기적으로는 도매 시장의 역할을 경매 중심에서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더불어, 농가 운송비, 박스비 등 최소한의 출하 비용을 보전하는 출하 가격 보전제를 도입하고, 도매 법인의 과도한 수익을 방지하기 위한 위탁 수수료율 인하도 검토한다. 이는 시장 가격 급락 시 농가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제공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제철 농산물, 판매처별 가격, 알뜰 소비 정보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국민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AI를 활용해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생산·유통·가격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농산물 통합 정보 지원 플랫폼 구축은 생산자, 소비자, 유통인 모두에게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로컬푸드, 직거래 등 유통 단계를 줄인 대안 소비 경로 확대는 지역 간 연계 강화와 함께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이상 기후 속에서도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 및 유통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 적정 재배 면적 확보를 위한 수급 관리 계획 수립, 노지 채소 신규 재배 적지 확보, 과수 및 시설 채소 스마트 생산 단지 조성 등은 농산물 생산 능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또한, 민·관 협업을 통한 선제적 방제 체계 전환과 농가 단위 재해 예방 시설 확충은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급 불안 시기에 대비하는 시장 대응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하 조절 품목 확대, 계약 재배 물량 수매·비축 강화, 농작업 대행 역할 확대 등은 농산물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농촌 인력 부족 문제에도 대응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농산물 유통 구조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화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안정을 담보하는 핵심 동력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