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 환경은 예측 불가능성이 증대되며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대외 여건 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와 같은 직접적인 통상 마찰은 개별 기업의 경영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며, 이는 기업들의 ESG 경영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미 관세협상 후속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관세 피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총 13조 6천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가용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범정부적인 총력 대응을 펼치며, 정책 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현장 체감이 가능한 지원을 제공하는 세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우선, 관세 피해 기업들의 단기적인 경영 안정화를 위해 지원 대상과 한도를 확대하여 더 많은 기업이 충분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산업은행의 ‘관세피해업종 저리운영자금’은 기업별 대출 상한을 기존 대비 10배 확대하고 금리도 추가로 0.3%p 인하하며, 수출입은행의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은 지원 대상 기준을 완화하여 기존 P5+ 등급에서 P4 이하 등급 기업까지 확대 적용한다.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통상리스크 대응 긴급자금’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에 더해 구리 업종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여 예상치 못한 통상 마찰로부터 기업을 보호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수출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70조 원의 무역보험을 공급한다. 무역보험공사는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험·보증료 60% 할인 대상을 관세 부과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지원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여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보증한도 특별가산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특례 심사를 통해 관세로 인한 재무 악화 기업에 대한 보증 요건과 한도를 완화하여 기업들이 필수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관세로 인한 해외 현지 법인의 경영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자금뿐만 아니라 중장기 운영자금 지원도 새롭게 시작한다. 또한, 수출 기업의 부담 경감을 위해 4200억 원 규모의 수출 바우처를 공급하고, 복잡해진 관세 절차로 인한 물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물류비 지원 한도를 6000만 원으로 두 배 높이며 지원 범위도 확대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내 55개 공동물류센터 사용료를 90% 감면하고, 내년에는 미국 내 K-화장품 전용 물류센터를 신규 구축할 계획이다. 관세대응 바우처 한도를 1억 5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발급 소요 기간을 3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도입은 기업들의 신속한 대응을 지원한다. 특히 철강, 알루미늄, 파생상품 등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5700억 원 규모의 특별 지원을 통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관세 부과로 인한 해외 수요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국내 수요 창출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전기차 전환 지원금 신설, 고효율 가전 구매 환급 등을 통해 자동차 및 가전 시장의 수요를 확대하고, 철강, 이차전지, 기계 등 주요 산업에 대해서는 국내 인프라 건설 시 국산 자재 사용 촉진, 노후 기계장비 교체 지원, ESS 보급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수요를 흡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한다. 우회 수출 및 원산지 둔갑에 대한 집중 단속을 강화하고, 철강재 수입 시 품질 검사 증명서 제출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관련 법규 개정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더불어, 보호무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확대하기 위해 통상변화대응법 개정을 추진하며,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한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 및 첨단산업 투자 지원 강화를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 약화를 방지하고 경쟁력을 제고한다.

미국 관세 조치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 우려에 대응하여 정부는 시장 다변화를 통한 새로운 수출 활로 모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흥 및 기회 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외 전시회 및 수출 상담회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해외 바이어와의 네트워킹 기회를 강화한다. 특히 10월에는 APEC과 연계한 ‘붐업 코리아 위크’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바이어를 유치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진출 시 겪는 금융, 인증, 비관세 장벽 등 핵심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실적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 최대 1억 원의 특별 보증 한도를 제공하고, 대미 수출 기업의 거래선 다변화 시 수출 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 한도를 2배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중장기적인 수출 모멘텀 유지를 위해 정부는 K-콘텐츠, K-푸드, K-뷰티 등 유망 수출 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K-콘텐츠는 해외 비즈니스센터를 확대하고 콘텐츠 제작 지원 범위를 넓히며, K-푸드는 신흥 시장 중심 마케팅 강화 및 FTA 원산지 간편 인정 품목 확대를 통해 수출을 지원한다. K-뷰티는 4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국내 기업 육성 및 해외 유통망 입점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주력 산업 분야에서는 AI 자율주행,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AI 융합 바이오 파운드리, 저탄소 수소환원제철 등 초격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등 인프라 조성을 통해 우리 제품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3개 부처가 협력하여 마련한 대책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출 현장 지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종합적인 지원 대책은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