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이 최종 확정되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5년 9월 1일부로 브로드컴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서 ESG 경영과 공정 거래 확산을 요구하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브로드컴의 이번 조치가 해당 트렌드를 반영하는 중요한 실천 사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동의의결은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게 자사의 시스템 반도체 부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한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브로드컴은 이러한 조사에 대응하여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거래 질서를 개선하고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시정 방안 및 상생 방안을 마련하여 2024년 10월 31일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에 공정위는 2025년 1월 22일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으며, 이후 2025년 4월 7일부터 5월 7일까지 이해관계인 및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주요 동의의결 내용은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 거래 상대방에게 브로드컴의 시스템 반도체(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경쟁 사업자와 거래한다는 이유로 기존 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불어, 브로드컴은 거래 상대방에게 시스템 반도체 수요량의 과반수(50% 초과)를 브로드컴으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가격 및 비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또한, 거래 상대방이 이러한 구매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판매·배송의 종료·중단·지연 또는 기존 혜택의 철회·수정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러한 시정 방안의 철저한 준수를 위해 브로드컴은 자율 준수 제도를 운영하며, 임직원 대상 공정거래법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 방안 준수 여부를 2031년까지 매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동의의결에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되었다. 이는 반도체 전문가 및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지원, 시스템 반도체 분야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EDA) 지원(5년간 연 40여 개 중소 사업자 지원 계획), 중소 사업자를 위한 홍보 활동 지원 등을 포함하며, 이를 위해 13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브로드컴은 130억 원의 상생기금을 출연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방안의 거래 질서 개선 효과, 다른 사업자 보호,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번 최종 동의의결안을 인용했다. 유럽 집행위원회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역시 브로드컴의 유사 행위를 동의의결로 처리한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및 상생 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거래 질서 개선 등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거래 상대방에게 배타적 거래를 요구하는 행위를 즉시 시정하는 동시에, 관련 분야의 국내 중소 사업자 성장을 지원하여 산업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공정위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이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다. 이는 유사한 관행을 가진 다른 기업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건강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