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국가 간 무역 마찰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국내 산업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이후, 우리 정부는 피해 기업의 경영 안정화와 국내 산업 보호,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총 4.3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후속 지원 대책을 수립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안 대응을 넘어, 변화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미(美) 관세협상 후속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당초 예정되었던 25% 수준의 상호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고, 특히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여건을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5% 관세가 수출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에 기반한다. 이에 정부는 수십 차례의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가용 정책수단 총동원’, ‘범정부 총력 대응’, ‘정책 수요자(기업) 중심’이라는 3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이번 지원 대책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된다.
첫째, 관세 피해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을 위해 총 13.6조 원의 정책자금 지원을 강화한다. 여기에는 산업은행의 ‘관세피해업종 저리운영자금’ 지원 대상 확대 및 금리 인하, 수출입은행의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 지원 대상 기준 완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통상 리스크 대응 긴급 자금’ 지원 대상에 ‘구리’ 업종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또한, 역대 최대 규모인 270조 원의 무역보험 공급을 통해 수출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험·보증료 할인 대상을 확대한다. 수출 바우처 지원 규모도 ’25년 8월부터 ’26년까지 약 4,200억 원으로 확대하고, 복잡해진 관세로 인한 물류 부담 경감을 위해 물류비 지원 한도를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상향하며 지원 범위도 확대한다. 철강, 알루미늄, 파생상품 등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5,700억 원 규모의 특별 지원을 통해 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며, 핵심 원자재에는 긴급할당관세를 연내 적용하여 수출기업의 부담을 경감한다.
둘째, 내수 창출 및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도 병행된다. 전기차 전환지원금 신설, 고효율 가전 구매 환급 등을 통해 자동차 및 가전 분야의 소비자 수요를 확대하고, 철강, 이차전지, 기계 등 주요 산업에 대해서는 국내 건설 및 인프라 투자 시 국산 자재 사용 촉진, 노후 기계장비 교체 지원 등을 통해 단기적인 수출 감소 물량을 국내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불공정 무역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통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며, 보호무역조치로 인한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통상변화대응법’ 개정을 추진하여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 관세로 인한 해외 진출 증가로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약화되지 않도록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한 ‘국민성장펀드’ 조성 및 ‘소부장 투자지원금’ 확대, 그리고 관세 피해 기업 대상 국내 복귀 인센티브 확대(보조금 지원비율 상한 75%까지 확대, ‘~’26년 한시)를 통해 국내 산업 공급망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셋째,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전략을 추진한다. 對美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시장 다변화를 통한 새로운 수출 활로 모색이 중요해졌으며, 이를 위해 하반기 해외 전시회, 사절단, 한류 박람회 지원 대상을 1,600개사에서 3,000개사까지 대폭 확대하고, 지역 특화 전시회 개최 지원도 늘린다. 10월에는 APEC과 연계하여 역대 최대 규모인 2,000개 사의 해외 바이어를 유치하는 ‘붐업 코리아 Week’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신흥 시장 진출 시 어려움을 겪는 금융, 인증, 비관세 장벽 등의 핵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역보험공사는 초보 기업의 신규 시장 진출 시 최대 1억 원 특별 보증 한도를 제공하고, 수출 채권의 조기 현금화 보증 한도를 2배 확대한다. 해외 인증 원스톱 서비스 지원 및 고비용 인증 사전 컨설팅 지원 서비스 신설, 인증 취득 실패 비용 보전 한도 확대 등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넷째, 업종별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우리 수출의 중장기적 모멘텀을 유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한류를 활용하여 K-콘텐츠, K-푸드, K-뷰티 등 유망 수출 산업을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금융 및 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 K-콘텐츠의 경우 해외 비즈니스센터를 확대하고 콘텐츠 제작 자금 지원 범위를 넓히며, K-푸드의 경우 신흥 시장 중심 마케팅 강화 및 FTA 활용 지원을 확대한다. K-뷰티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4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지원하고 주요국 유통망 입점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더불어 주력 산업의 경우 AI 자율주행,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 AI 융합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저탄소 수소환원 제철 실증 등 초격차 기술 개발 지원 및 인프라 조성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13개 부처가 힘을 합쳐 마련한 이번 대책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기업들이 적기에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 방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관세 협상 후속 지원이라는 개별 사안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