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석유 공급 차질을 완화하기 위해 비축유 방출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에너지 절약과 소비 억제도 동반하고 있으나, 절약보다는 소비 유지를 우선시하는 대응 방식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총리 주재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통해 거시경제·물가, 에너지 수급, 금융 안정, 민생 복지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석유와 나프타 등 주요 에너지원의 수급 안정을 위해 주요 산유국에 대한 아웃리치를 강화하고 홍해 통항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대체 물량 확보를 지원하고 보건의료, 필수산업, 생활 필수품 등에 원료가 최우선 공급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금융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준비 중이며, 피해기업 대상 정책금융기관(24.3조원), 민간금융권(53조원+α), 자금지원 프로그램의 지원대상과 규모 확대를 선제적으로 검토·협의하고 있다. 채권·자금시장 안정프로그램(100조원+α) 확대 방안도 필요시 즉각 확대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사태로 인한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 증산이나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수요 감축, 즉 에너지 절약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정부, 기업, 가계가 즉시 취할 수 있는 수요관리 및 에너지절약 조치로 재택근무 확대, 대중교통 이용 확대, 카풀·공유차·에코드라이빙 장려, 불필요한 항공 여행 자제 등을 제시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재정을 투입해 가격 충격을 완화하는 해외 주요국과는 달리 한국은 지리적 고립성과 높은 수입의존도로 인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공급 중단이 재정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격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 수준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주요국보다 에너지 수급 위기에 더욱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정부의 세제 지원과 동시에 국민적인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수반되는 것이 국가적 자구책으로서 필수 조치 사항이다.

유럽 국가들은 인접국과 전력망 및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어 위기 시 상호 협력이 가능한 구조이나, 한국은 지리적으로 고립된 '에너지 섬'과 같은 상황이다. 한국은 자국의 지리적·경제적 여건과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재정 지원, 대체 수입선 확보뿐만 아니라 에너지절약을 병행하는 것이 안정적인 국가 시스템 유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에너지 절약 조치는 단순한 소비 억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의 참여가 동시에 요구된다. 향후 에너지 위기 대응 체계는 재정 지원과 수급 안정화, 절약 조치의 균형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게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