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정책의 성과 평가 방식이 산출물 중심에서 실제 성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출물은 연구자가 만든 논문이나 특허 같은 결과물을, 성과는 그 결과물이 사회와 산업에 가져온 실제 변화를 의미한다. 현재 정부 R&D 과제의 성공률은 98%를 넘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42.9%에 그쳐 영국(70%), 미국(69%)에 크게 뒤처지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가 '쥐꼬리'만 세고 '진짜 쥐'가 줄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 평가 시스템에서 비롯된 문제로 분석된다. R&D 과제 평가 시 논문 3편 발표, 특허 2건 출원 같은 산출 지표 달성 여부만 확인할 뿐, 해당 특허가 실제로 활용됐는지, 논문이 인용됐는지, 기업 제품 개발로 이어졌는지는 평가하지 않는다.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2022년까지 3만 개 구축이라는 양적 목표를 달성했지만, 실제 전담 IT 인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19.5%에 불과했다. 시스템 오류 발생 시 자체 유지보수가 불가능해 도입한 시스템을 점차 사용하지 않고 수기 방식으로 회귀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보급된 스마트공장의 약 75.5%가 바코드 인식, 설비 모니터링 같은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 중심을 산출물에서 성과로 명확히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제 종료 시점이 아닌 종료 후 3~5년까지 실제 성과와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료제는 예산 배정, 감사, 인사 평가가 연내 검증 가능한 숫자를 요구하는 구조적 특성상 산출 지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순환근무(평균 근무연한 약 2년)로 인해 정책의 암묵지가 지속적으로 소실되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 사례로는 영국의 '왓웍스 네트워크'가 참고가 된다. 이 기관은 '무엇이 효과가 있는가'를 검증하는 정책센터 연결망으로, 합의된 성과 집합에 비추어 정책 효과를 평가한다. 9개 독립 센터와 3개 준회원 기관이 2500억 파운드 이상의 공공지출을 다루며, 평가 결과가 다음 정책의 근거, 목표, 대안 평가에 반영되도록 한다.
국내에도 '정부업무평가 기본법'에 성과관리시행계획 수립, 성과목표 및 지표 포함, 이행 상황 점검 규정이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평가가 정책 기획→예산→집행→성과지표 작성→평가 순으로 맨 뒤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평가를 정책 설계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정책기획서 표준 양식 변경이 제안된다. 문제정의, 증거 검토, 정책 가설, 증거 수준, 평가설계, 중단·확대 조건을 의무 항목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단·확대 조건은 정책 시작 시점부터 어떤 결과에 따라 확대, 수정, 중단할지를 미리 정함으로써 정책 평가를 감사가 아닌 학습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이다.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산출물 축적이 아닌 실제 문제 해결이라는 점에서, 평가 시스템의 전환은 R&D 예산 효율성 제고와 기업의 실질적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