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포스코가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열었다. 총 58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며, 현대제철이 지분 50%,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출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HPLS에서 생산될 철강재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적용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스페이스X와 같은 로켓에도 이 철강을 공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자동차강판 중심이었던 기존 구상에서 로봇·우주항공 분야로 공급망을 확장할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정 회장은 HPLS의 전기로 공정이 이러한 신규 수요를 충족시킬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로를 통해 저탄소강을 만들면 탄소를 약 70% 줄일 수 있다”며 “직접환원철(DRI)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인 만큼 도전해서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PLS는 석탄 기반 코크스 대신 미국 남부의 천연가스를 활용하고 전기로 공정을 결합해 기존 고로 공정 대비 탄소배출을 약 70%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HPLS가 북미 고부가 철강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관세 부담 완화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공식에 앞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만나 미국 내 조달이 어려운 공장 설비와 자재 등에 대한 관세 부담 완화를 요청했다. 산업통상부는 미국이 지난해 기준 철강 수요 9087만t 대비 생산량이 8190만t에 그치는 순수입국이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와 각종 무역구제 조치로 수출을 통한 시장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지 생산기지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에서는 경쟁자이지만 글로벌로 보면 둘 다 한국 기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서로 협력해 우리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HPLS 가동 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정의선 회장이 언급한 로봇 및 우주항공 분야로의 철강재 적용은 현재 미래 지향적인 비전 단계로, 즉시 적용되는 기술적 합의나 계약 내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탄소 공정의 탄소배출 약 70% 감축 효과 역시 설계 단계의 예상 수치이며, 실제 가동 후 검증 결과는 미정이다. 향후 청정수소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해 탄소배출량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나, 이 또한 수소 경제성 확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김정관 장관이 요청한 설비 관세 부담 완화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 사항으로, 미국 측의 수용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