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미군의 직접 공격을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대신 사우디에 정보와 타격 목표물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홍해의 항행 자유 보장 등 핵심적인 국가안보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역내 안보 문제는 지역 동맹국들이 주도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관리들은 이번 결정이 왕세자의 ‘비전 2030’ 개혁에도 부담을 준다고 토로했다.

후티 반군과 이라크 민병대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공조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과 사우디의 합동 공습으로 이라크 전투원 최소 20명과 이란인 고문 6명, 후티 반군 간부 1명이 사망한 가운데, 미군 관계자는 후티 인사가 이라크에서 이전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이라크와 예멘의 무장세력을 활용해 사우디와 걸프 지역을 압박하는 ‘다중전선’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티 소식통은 이라크 민병대와의 조정 체계를 두고 “공동 작전실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량이 급감했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20만 배럴로 1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사우디 화물선도 최근 일주일 동안 2척에 불과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선물이 장중 배럴당 100.07달러까지 오르며 7월 24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유가는 소폭 하락해 99.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정보 지원을 넘어 직접 군사력을 투입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사우디가 미군 정보에만 의존해 후티의 추가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전면전 재개로 이어질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후티와 이라크 민병대의 공조가 확대될 경우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 피해와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이란이 후티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지, 아니면 독립적 행위자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외교적 판단도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