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8월 27일 사전 브리핑을 직전에 취소하며 조율 중이라고 밝혔던 기초연금 개편안의 세부 방향이 9월에 구체화됐다. 정부는 9월 4일 2027년 예산안을 통해 저소득층 중심으로 차등지급을 확대하고 부부감액 비율을 축소한다고 밝혔으며, 6일 국회에 제출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이 개편안을 전제로 한 중장기 지출 전망을 공개했다. 8월 말 불가피하게 취소됐던 브리핑의 공백은 일주일 만에 예산안과 재정계획이라는 구체적 문서로 채워진 셈이다.
2027년 예산안에서 기초연금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11% 증액됐다. 개편의 핵심은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34만9700원(올해 기준) 체계를 바꿔 저소득층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 차등지급 확대와 부부감액 비율 축소를 통해 최대 12만4000원의 추가 지원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예산안에서 생계급여 기준중위소득은 2015년 맞춤형 급여 개편 이후 최대인 6.7% 인상돼 1인 가구 월 최대 지급액이 82만1000원에서 87만6000원으로 늘어난다. 저소득 노인층을 겨냥한 두 정책이 동시에 강화되는 모양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같은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기초연금 의무지출은 올해 본예산 23조1378억 원에서 내년 25조6530억 원, 2028년 28조2790억 원, 2029년 29조1649억 원을 거쳐 2030년 30조862억 원에 도달한다. 정부는 하후상박 제도 개편, 노인 인구 증가, 물가 상승, 부부감액 제도 개선 등을 근거로 2026~2030년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초연금이 30조 원대에 진입하는 시점은 채 5년 남지 않았다.
다만 기초연금만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재정운용계획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의 국가 부담액은 올해 22조4665억 원에서 연평균 13.9%씩 증가해 2030년 37조8352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생계급여는 9조1727억 원에서 16조9825억 원으로, 의료급여는 9조8400억 원에서 15조3056억 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건강보험 의무지출도 같은 기간 13조7991억 원에서 17조1899억 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개편안이 저소득층 보장을 강화한다고 밝혔으나, 복지 전반의 지출이 동시에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재정 확장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충당할지에 대한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현재 공개된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