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SK그룹 반도체 부문의 '5중 상장' 구조가 구체화되고 있다. 솔리다임은 최근 투자은행(IB)들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베이크오프 미팅을 진행했으며,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 달러(약 204조원), 자금 조달 규모는 약 150억 달러(약 20조원)로 거론된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기업 상장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솔리다임의 별도 상장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의 기업 가치 희석 우려와 투자 수요 분산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솔리다임 상장 추진설이 처음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달 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0.37% 급락했다. 토스증권 이영곤 리서치센터장은 "솔리다임 분할 상장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불리한 이슈"라며 "기존에는 SK하이닉스에 연결돼 있던 사업의 가치가 별도의 상장기업에서 평가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성명에서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5단 중복상장 케이스"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수출 논의"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피라미드식 소유구조는 3단계까지만 허용하는데 해외 계열사에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솔리다임을 상장하게 되면 피라미드식 경제력 집중 구조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은 "인수·합병(M&A) 투자금 회수 및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모집할 경우 약 1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5일 해명 공시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으며, 지난 4일에도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상장 여부와 시기, 지분 매각 규모에 따른 주주 가치 영향도와 자금 조달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추가 공시가 지배구조와 주가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