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 3,250억 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 배상 청구가 최종 기각됐다. 법무부는 28일 쉰들러 측이 법정 기간 내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지난 3월 14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가 내린 정부 전부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쉰들러 측이 요구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며,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 등 약 96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로서, 2013~2015년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와 콜옵션 양도 등 과정에서 정부가 조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10월 약 4,900억 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이후 배상 청구액을 약 3,250억 원으로 줄였으나, PCA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합법적인 권한 범위 내에서 충분한 조사와 심의를 수행한 것으로 인정하며 쉰들러 측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의 공공 규제 행위를 손해배상 청구의 이유로 삼을 때, 해당 규제가 합법적이고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면 국제 중재에서도 기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 실무자에게 현지 규제 당국의 감독 조치가 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규제 절차의 위법성이나 불합리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반대로 투자 유치국 입장에서는 규제 권한을 행사할 때 조사와 심의 절차를 충실히 갖추는 것이 국제 분쟁에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이번 승소가 다른 국가의 규제 정책이나 유사한 ISDS 사건에 미치는 구체적인 법적 영향력은 추가 판례 분석이 필요하다. 쉰들러 측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번 판결은 확정됐지만, PCA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향후 다른 중재판정부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기업 실무자는 이번 사례를 참고하되, 진출 대상국의 규제 환경과 분쟁 해결 절차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