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맞상고(부대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최 회장의 재상고만 심리하게 됐다. 노 관장 측은 부대상고 시한인 13일 자정까지 대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부대상고는 상대방의 상고에 맞서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 내용을 추가로 다투는 절차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이 분할 비율과 대상을 확대하려 할지 주목했으나, 추가 소송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뒤 재상고했다. 이후 재산분할금 중 7000억 원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 원에 대해서만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의 상고 취지 감축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재산분할 판단에서 제외하고도 노 관장의 기여도를 33.3%로 인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파기환송 전 2심이 인정한 35%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또 SK 주식 가치를 종전 2심 변론 종결 시점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이후 주가 상승분을 분할 비율에 반영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 SK실트론 지분도 핵심 쟁점이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혼인 관계 파탄 이후인 2017년에 취득한 자산이라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조만간 사건을 담당할 주심 대법관을 배당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SK그룹 회장의 개인 재산 문제를 넘어 그룹 지배구조 안정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최 회장의 재상고로 파기환송심 판결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다만 최 회장이 상고 취지를 2440억 원으로 줄인 점은 분쟁의 범위를 축소한 신호로 읽힌다. 노 관장의 맞상고 포기와 맞물려 대법원 심리는 최 회장 측 주장의 타당성 여부에 집중될 전망이다. 대법원이 분할 비율이나 대상 자산을 변경할지, SK실트론 지분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 실무자 입장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SK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거래 판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