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2.14%, 내년 2.20%로 2년 연속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94%에서 0.20%포인트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0.06%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흐름이다.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개선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노동 공급이 고령화로 단기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본 투입과 총요소생산성 개선이 성장 여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오르는 것은 1986~1987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IMF 자료를 같은 방식으로 역산하면 1985년 9.67%였던 잠재성장률은 1986년 9.77%, 1987년 9.91%로 상승한 바 있다. 이후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1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반등했지만 모두 이듬해 다시 꺾였다. 올해 추산치 2.14%는 2021년(2.23%)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방식으로 잠재성장률을 산출할 수 있는 27개국 중 한국은 지난해 12위에서 올해와 내년 7위로 올라설 전망이며,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미국만 한국보다 높았다.

이번 수치는 IMF가 제시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GDP갭률을 토대로 역산한 것이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올해 3.33%, 내년 2.83%로 전망했고,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웃도는 GDP갭률도 올해 0.548%, 내년 1.16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GDP갭률 순위는 지난해 20위(-0.610%)에서 올해 6위(0.548%)로 오르고, 내년에는 1위(1.168%)에 올라 2위 그리스(0.750%)를 큰 폭으로 앞설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7월 제시한 잠재성장률 3%를 목표로 하는 '3·4·5 경제 대도약'에도 한 걸음 다가서는 모습이다.

다만 IMF는 주요 하방 위험으로 'AI 관련 기대의 재평가'를 꼽았다. AI가 이끄는 수익성·생산성 향상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드러나면 AI 관련 인프라·기술 투자가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관련 기업 비중이 높은 주식시장은 광범위한 가격 재조정에 취약하며, 한국과 미국 등에서 최근 나타난 기술주 변동성이 이를 보여준다고 IMF는 지적했다. 글로벌 기술 수요 감소와 AI 가치사슬에 편입된 경제로의 자본 유입 축소,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손실 등을 통해 파급효과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공급망 핵심국인 한국은 AI 투자 사이클이 꺾일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