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방공망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M-SAM Block Ⅱ)가 실전 운용을 통해 그 전략적 가치를 입증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도입한 천궁-Ⅱ가 실전에서 96%에 달하는 요격 성공률을 기록한 것은 단순한 성능 시연을 넘어 K-방산의 기술 신뢰도와 시장 지배력에 대한 중대한 분기점으로 분석된다. 이는 시험장 데이터가 아닌 실제 전장 데이터로, 잠재 고객국의 구매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투 검증(Combat-Proven)’ 프리미엄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천궁-Ⅱ의 부상은 미국 패트리엇 시스템이 주도해 온 중거리 방공망 시장의 대안 부재 상황과 맞물려 있다. 패트리엇 PAC-3가 발당 30억~60억 원에 달하는 반면, 천궁-Ⅱ는 약 15억 원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이번 실전 성공으로 ‘저렴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무기라는 인식을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전략적 선택지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로 이어지는 약 10조 원 규모의 수주 계약은 이러한 시장의 신뢰를 방증한다.

핵심 경쟁력은 국내 방산 생태계의 기술 자립에서 나온다. 천궁-Ⅱ는 체계 통합(LIG넥스원), 레이더(한화시스템), 발사대(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핵심 구성 요소를 국내 기술 밸류체인 내에서 해결했다. 이는 무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후속 군수 지원, 운용 교육, 현지 생산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구매국 입장에선 안정적인 운영과 기술 이전까지 기대할 수 있어 단순 하드웨어 도입보다 매력적이다. 또한 특정 국가의 수출 통제로부터 자유로워 신속하고 유연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차별화된 강점이다.

정부는 2030년 완료를 목표로 약 8688억 원을 투입하는 천궁-Ⅲ(M-SAM Block-Ⅲ) 개발에 착수하며 기술 로드맵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기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고도화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R&D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천궁-Ⅱ의 실전 성공은 K-방산이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적 신뢰도와 독자적 공급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