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구축한 ‘피지컬 AI 통합 플랫폼’은 국내 제조업의 오랜 과제인 해외 기술 의존도 탈피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국가 주력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산업 정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내 제조 현장은 공장 장비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소수의 해외 기업 솔루션에 의존하며 높은 비용과 기술 종속성 문제에 직면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실증랩은 공장 운영의 핵심인 센서, 제어기, 로봇, 소프트웨어 등 전주기 솔루션을 모두 국내 기술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캔탑스(센서), 모벤시스(제어기), 에이로봇(로봇), 마키나락스(AI 데이터 인프라) 등 국내 강소기업들이 협력해 공장의 ‘뇌’ 역할을 하는 AI 운영체계부터 ‘근육’인 로봇과 장비까지 국산화했다. 이는 개별 기술의 국산화를 넘어, 이들을 통합 운영하는 플랫폼 기술까지 내재화했음을 의미한다.

핵심 기술인 ‘AI 공장장’은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실제 공장의 생산 스케줄과 물류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이는 고가의 외산 솔루션을 도입하기 어려웠던 중소·중견 제조기업에도 지능형 공장 전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KAIST와 전북대학교에 각각 구축된 실증랩을 개방형 테스트베드로 운영해 국내 기업들이 기술을 검증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랩 공개는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의 첫 단계다. 정부는 기술 확보, 실증, 산업 확산, 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자동차, 정밀 제조, 조선 등 3대 핵심 산업에 우선 적용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K-제조 지능형 공장 패키지’라는 수출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이는 피지컬 AI 기술을 내수 시장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향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월드모델 등 범용 기반기술 확보와 인재 양성, 규제 개선 등 생태계 조성 노력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