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조치의 가변성을 예고하며 ‘무역확장법 301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자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조사 개시 명분으로 과잉생산과 함께 ‘강제노동’이 거론되면서, 공급망 내 인권 문제가 직접적인 통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임이 명확해졌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더는 기업의 선택 사항이 아닌, 수출 길을 막을 수 있는 무역장벽으로 현실화됐음을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관계부처와 주요 경제단체가 참여하는 ‘미국 301조 민관합동 TF’를 발족했다. 이는 과거 철강,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국한되던 통상 현안 대응 체계를 공급망 전반의 ESG 리스크 관리로 확장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TF를 통해 체계적 대응을 공언한 것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공급망 전체를 증명하고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미국의 301조 조사는 특정 국가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허용하는 강력한 행정명령이다. 과거에는 환율 조작이나 지식재산권 침해가 주요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강제노동과 같은 사회적(S) 이슈가 핵심 트리거로 부상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공급망실사지침(CSDDD)과 같은 맥락으로, 주요 수출 시장이 기업의 전체 밸류체인에 대한 인권 및 환경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시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TF 가동은 국내 기업들에 공급망 투명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임을 경고한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들은 협력사의 노동 환경, 인권 문제까지 면밀히 점검하고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1차 협력사를 넘어 2, 3차 협력사까지 실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면, ‘강제노동’ 리스크에 연루되어 미국 시장 접근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 정부는 한미FTA 공동위원회 등 외교 채널을 통해 통상 환경 안정화를 모색하는 한편, TF를 통해 산업계의 실질적인 대응 역량 강화를 지원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