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K-치킨벨트’ 구축 계획은 K-푸드의 인기를 내수 경제 활성화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이 전략의 핵심은 전국에 산재한 닭요리를 지역의 관광자원과 결합하는 것을 넘어, 지역 농가와 기존 외식 산업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데 있다. 이는 단순 홍보성 정책을 넘어 농업과 서비스업 간의 가치사슬을 연결하려는 구체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계획은 2024년부터 추진된 ‘K-미식벨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장류, 김치 등 전통 품목에 이어 외국인 선호도가 가장 높은 ‘치킨’을 전략 품목으로 선정한 것은 정책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춘천 닭갈비, 안동 찜닭 등 이미 인지도가 있는 지역 메뉴를 거점으로 삼아, 관광객의 동선을 지방 소도시로 유도하고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목적이 담겨있다.

K-치킨벨트의 사업 모델은 두 가지 축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지역 농산물 공급망 연계’다. 의성 마늘, 창녕 양파 같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 개발을 유도함으로써, 지역 농가에 안정적인 B2B 판로를 제공하고 부가가치를 높인다. 이는 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 단위의 선순환 경제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는 ‘민간 인프라의 공공자산화’다.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의 제조 시설을 단순 생산기지가 아닌 체험형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시설을 짓는 대신, 민간의 유휴 자원을 활용해 비용 효율적으로 관광 콘텐츠를 확보하는 실리적인 접근법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기여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전략의 성공은 구체적인 실행력에 달려있다. 중앙정부의 비전과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 소상공인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와 지역 맛집 간의 상생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지, 지역 특산물 사용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이를 상쇄할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K-치킨벨트는 다른 식품 분야로 확산될 수 있는 한국형 푸드-농업-관광 융합 클러스터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