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 확산하며 축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염병 확산은 대규모 살처분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가격 급등, 수출 중단이라는 연쇄 충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는 이러한 통념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전염병 확산이 국내 축산물 수급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핵심은 살처분 규모다. 구제역으로 인한 소 살처분은 전체 사육두수 대비 0.02%,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돼지 살처분은 1.3%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전염병 발생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의 핵심 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수출 실적이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수출 비상 우려와 달리, 올해 1~2월 소고기 수출량은 약 16톤, 돼지고기는 29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두 배, 세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염병 리스크라는 악재 속에서 오히려 수출 활로가 확대된 것은 정부의 방역 시스템이 국제적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정부의 선제적 방역 조치가 자리 잡고 있다. 농가 신고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선제적 예찰 활동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고병원성 AI 발생 건의 34%, 돼지열병의 55%는 이러한 예찰 시스템을 통해 조기 발견 및 차단이 가능했다. 또한 정부 합동 특별방역 대책 기간을 연장하는 등 고강도 대응을 지속하며 확산세를 통제하고 있다.

다만, 공급망 안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 부담은 여전한 과제다. 계란의 경우 사육 규모 감소로 생산량이 줄며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한우·한돈 자조금을 활용한 할인 지원, 신선란 추가 수입 및 할인 판매 등 단기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이는 방역 성공이 곧바로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례는 국가 단위의 체계적인 질병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산업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향후 과제는 이러한 방역 성공을 항구적인 시장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는 장기적 전략이 될 전망이다.